<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52)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52)
  • 경남일보
  • 승인 2013.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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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처음으로 대단한 걸 완성한 표정의 아이가 벌떡 일어났다.

“아빠, 내가 어른 되면 로봇 만들어서 아이들을 괴롭히는 어른들 혼내 줄 거예요.”

“어디 한 번 보자, 정의 로봇~!”

옆에서 딸아이와 같이 유등을 만들던 엄마가 정의 로봇을 만든 아들을 대견스럽다는 듯 우러러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빠는 뭐든지 로봇이야.”

“너도 지켜 줄게.”

세상 모든 악당들아 덤벼라는 듯이 포스를 뿜어내며 우뚝 서있는 오빠의 당당함을 보고 있던 어린 여동생은 싱긋 웃었다.

“나는 날개만 완성하면 하늘을 날아다닐 거야.”

“어디보자, 천사 유등이네.”

“아빠, 아빠, 천사처럼 착한 사람이 될 거예요. 하늘을 날아다니다 우는 아이들이 보이면 살며시 날아가 원하는 게 뭔지 물어 보고, 소원을 이루어 줄 거예요.”

야무지게 입술에 힘을 주고 자신이 만든 유등을 자랑하는 딸의 긴 머리를 쓸어 넘기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있는 준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애들 낳으면, 저런 아빠 정도는 돼야 할 텐데…”

‘부모 노릇 하는 거란다’라고 말했던 아버지와 소주잔을 기울이며 유등의 꿈을 이야기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 때도 옆에서 보는 누군가의 눈에 저런 모습처럼 훈훈하고 아름답게 보였을 거다 싶었다. 자식들 꿈을 이야기하며 함께 유등을 만들어 불 밝혀 놓은 수많은 꿈이 빛나는 가을밤이 참으로 멋있었다.

남강 변 오토캠핑장의 수상 텐트에 밤을 밝히는 유등 불빛은 밤하늘의 별처럼 하나 둘 반짝이며 점차 많아지기 시작했다. 물과 불이 어우러져 빚어낸 빛의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굽이치는 강줄기 따라 길게 늘어선 텐트마다 각자의 꿈과 소망을 밝힌 등불은 밤하늘의 별보다 아름답고 세상 어떤 빛 보다 눈부시었다.

굽이치는 텐트 앞 유등 불빛 아래서 가족들끼리 오순도순 모여 아이들 꿈을 키워주는 부모들의 유등의 꿈 이야기는 아름다운 가을밤이 깊어 갈수록 무르익고 있었다. 자식들 꿈을 창작등으로 만드는 동안 아이들 꿈이 뭔지 알게 된 젊은 부부는 꿈의 유등 불빛 아래서 화사하게 웃으며 행복하게 서로의 손을 잡았다.

“우리 미래야.”

젊은 남편이 다정한 눈빛으로 아내를 쳐다보았다.

“애들도 꿈이 있네요, 여기 와서 처음 알았어요.”

젊은 아내는 잡고 있던 남편의 손을 꼭 쥐고 당기더니 오늘따라 한 없이 넓어 보이는 남편의 어깨에 살며시 기대어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았다.

준호는 지상과 하늘이 온통 꿈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가을밤을 만끽하며 천천히 걸었다. 젊은 남녀가 텐트 앞에서 유등을 만들고 있었다. 한눈에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알아보라는 듯이 깨가 쏟아지게 소곤소곤 속삭이다 목젖을 드러내며 웃고, 어깨를 툭 치며 힐끔 노려보는 사랑놀이에 흠뻑 빠져 있었다.

“좋을 때다.”

준호는 밀려드는 허전함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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