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53)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53)
  • 경남일보
  • 승인 2013.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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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유난히 빛나는 별빛 속에서 민지 얼굴이 어른거렸다. 유등축제 때 하트 유등을 같이 만들어 온 세상 사람들이 보란 듯이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 뒤에 각자의 마음을 써 불을 밝히자고 새끼손가락 걸어 약속하며 봄날의 키스를 했던 그 날 밤에도 오늘처럼 별들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붉은 하트 유등을 완성한 젊은 연인은 매직을 들고 하트 유등에 글을 쓰고 있었다. 준호는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과 별을 하나하나 연결하면서 별빛으로 하트 모양의 별자리를 만들었다.

세상 어느 하늘 아래 있을 지라도 별이 빛나는 밤이면 별빛 글씨를 수없이 썼을 민지를 생각했다. 준호는 잔디밭에 누워 팔베개 했던 민지와 같이 쓰기로 했던 마음을 쓰기 시작했다. 천리 길 먼 거리에 있지만 민지도 힘들 때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보고 있을 테고, 비록 현실의 벽에 부딪혀 꿈을 이루지 못하고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하나라고 생각했다.

준호는 민지를 생각하며 손끝으로 나의 별과 그녀의 별을 연결해 고백했다. 오늘밤은 아무도 모르게 그녀가 쳐다보고 있을 밤하늘에 비밀 고백을 하고 나니 밤하늘의 별들이 더 눈부시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 꿈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러브이벤트를…

어두운 밤을 지새워 빛나는 별빛이 내일 떠오른 태양을 불타게 할 거다.”

준호는 남강에 젊음을 불태우며 땀 흘려, 사는 거같이 살면서 꿈을 밝혔다. 하늘이 열리는 개천예술제 아침 태양이 떠올랐다. 봉황 행렬도에 맞춰 완성한 봉황 앞에 선 준호는 동네 사람들이 화사하게 밝아진 표정을 보고 뿌듯했다.

“달동네 사람들의 오래된 꿈을 세상 사람들이 볼 것이다.”

가장행렬 당일 새벽 경로당 마당에 동네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모처럼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아줌마들은 새색시처럼 수줍어했다. ‘덩덩 덩덕쿵’ 풍물패가 앞장서서 동네 한 바퀴를 돌 때 동네 꼬마들이 풍물패를 뒤따랐다. 아파 누워있던 사람들이 골목길까지 나와 봉황을 보고 화사하게 웃었다. 가슴속 맺힌 병이 나은 듯 일어나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어른들도 있었다. 달동네에 생기가 돌았다. 가게마다 내 걸린 소망등에 집집마다의 소원이 나부꼈다. 꽹과리를 치며 풍물패 선두가 가장행렬 출발지점인 진주성문 앞으로 향했다.

“붕~웅~!”

웅장한 나팔소리가 천지신명을 일깨우고 진주성문이 열렸다. ‘둥둥’ 큰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꽹과리 장단에 이어 ‘덩덩 덩덕쿵’ 풍물패가 뒤따랐다. 진주성이 무너질 듯 성 안 바닥이 들썩거렸다. 성벽을 넘어 울려 퍼지는 풍물패소리에 남강 물결이 출렁거렸다. 개천예술제의 백미로 꼽히는 가장행렬이 시작됐다. 가마에 탄 김시민 진주목사는 승전행렬을 지휘했다.

“붕~웅~!”

노란 옷을 입은 취타대가 진군을 알리는 나팔을 불고, 둥둥 큰 북이 도심을 일깨우 듯 울렸다. 농악대가 앞에서 흥을 돋우고, 백마 탄 장군들 기마행렬이 뒤를 따랐다. 로켓 추진 화살 신기전, 무예 전차, 진주성 모형을 한 차량 등이 뒤를 이었다. 붉은 옷에 푸른 허리띠를 두른 병사들이 밀고 가는 대포는 펑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적을 향해 포를 쏘았다.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을 지키려고 목숨 걸고 싸웠던 백성들이 돌을 던지며 싸웠던 전쟁을 재연하며 거리를 활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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