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56)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56)
  • 경남일보
  • 승인 2013.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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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칩이 장착된 봉황을 휴대폰의 앱으로 조종하여 좌우상하는 물론 회전하다 정지 비행을 하고, 솟구쳐 오르며 오색 연기를 내뿜고, 이제 막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나는 봉황은 선명한 오색 깃을 나부끼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준호는 강 건너 연인의 거리에 두고 온 민지 유등 불빛을 보며 민지의 손을 잡고 화려한 불꽃놀이를 보기로 했던 약속을 떠올리며 쓸쓸한 기분에 빠졌다. 재능 기부로 자원봉사 하겠다고 했던 민지와 남강물 위를 걷는 부교 위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준호는 부교 중앙에서 만나 불꽃놀이 터지는 순간 민지에게 사랑을 고백하려고 했다. 강 건너 연인의 거리 대나무 숲속에서 아련한 불빛으로 보이는 민지 유등이 남강 물위를 걸어 자신에게로 오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준호는 촉석루 마룻바닥에 있는 거대한 풍등을 보는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특급 이벤트를…”

휴대폰 앱의 자동 비행 버튼을 터치한 준호는 촉석루 마룻바닥에 가훈을 써주는 서예가 봉사원이 사용하던 큰 붓을 집어 들고 속에서부터 솟구치는 불덩어리 마음을 큰 풍등에 일필휘지로 휘갈겼다. 풍등 속에 불을 붙인 준호는 강 건너 대나무 숲속에서 아련히 빛나는 민지 유등을 잠시 쳐다보다 불꽃이 타오르자 거대한 풍등을 강바람이 솟구쳐 불어오는 남강을 향해 던지며 외쳤다.

“민지야, 사~랑~해~!”

풍등을 날리기 위해 촉석루 위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놀라 쳐다보았다. 하지만 사랑에 홀려버린 준호의 눈에 보이는 것은 강 건너 민지 유등뿐이었다. 준호가 날려 보낸 거대한 풍등은 남강에서 솟구쳐 오르는 강바람을 타고 천천히 위로 날아오르며 유유히 남강 상공으로 날아갔다. 강바람에 불꽃이 세차게 일자 풍등 옆에 일필휘지로 휘갈겨 민지에게 보내는 소식이 언뜻언뜻 보이며 강 건너 민지 유등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준호가 날려 보낸 거대한 풍등을 따라 소원을 빌며 날려 보낸 사람들의 수많은 풍등들이 강바람을 타고 주마등처럼 차례로 남강 상공으로 천천히 날아올랐다. 진주성 성곽 둘레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일제히 풍등을 날렸다. 마치 촉석루가 그대로 남강 상공으로 떠오르고, 진주성이 통째로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장관이었다. 진주성과 촉석루 모양을 한 수천 개의 풍등이 남강 상공으로 이동하는 장관을 본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펑~! 슝~!”

그때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른 불꽃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촉석루 지붕위에서 펑펑하고 터졌다. 진주성을 끼고 촉석루 앞을 유유히 흐르는 남강 물결까지 환하게 보일 정도로 밝은 불꽃이 번쩍번쩍 했다. 거대한 풍등들이 남강 위를 천천히 날아가는 것을 본 불꽃을 쏘던 사람이 손짓했다.

“풍등을 향해 쏴~!”

펑하고 유달리 큰 소리를 내며 붉은 빛을 내는 불꽃 한발이 풍등 행렬을 향해 솟구쳤다. 가장 앞에 날아가는 풍등을 향해 날아간 불꽃은 거대한 풍등 앞에서 펑 터지며 붉은 불꽃을 뿜었다.

“와~! 하~트~!”

거대한 하트 모양의 붉은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촉석루에서 보고 있던 준호는 휴대폰 메인화면의 단축버튼을 터치해 민지에게 영상전화를 했다.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들어 남강 상공의 불꽃놀이 영상을 민지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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