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느낌
<이준의 역학이야기> 느낌
  • 경남일보
  • 승인 2013.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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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理)·상(象)·기(氣)·형(形)·세(勢)
“느낌 아니까.” 개그우먼 김지민이 개그 콘서트에서 빵 터트려 요즘 유행하는 말이 되었다. 그렇다. 사람들은 느낌으로 산다. 생각과 계산과 궁리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일상에서는 그저 익숙한 느낌으로 살아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눈치’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처신하여야 하는, 그래서 ‘눈치’ 하나는 끝내주게 빠른 우리 문화에 비춰 ‘느낌’과 ‘낌새’는 행동의 매우 중요한 밑바탕이 되고 있다.

우리말 ‘느낌’과 유사하게 쓰이는 표현으로 예감(豫感), 촉(觸), 직감(直感), 직관(直觀), 직각(直覺) 등이 있고, ‘낌새’를 나타내는 말로 징후(徵候), 조짐(兆朕) 등이 있다. 어느 경우든 정확한 자료와 사실에 근거하여 판단하는 예측(豫測)과는 다르다.

역(易)도 이 느낌과 낌새를 중시한다. 역은 상(象)을 보고 해석하는 학문이다. 상이란 드러난 모습을 말한다. 하늘이 드러낸 모습을 상이라 한다. 이 상이 올바른 것이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실상과 허상으로 나뉜다. 올바른 상을 보고 바르게 알게 되면 바른 이치대로 좋은 일을 알 수 있고, 올바른 상으로 보고도 잘못 알게 되면 곤란한 지경에 빠진다. 물론 잘못된 허상은 더 이상 생각할 가치가 없다. 여기서 상의 위상을 더 자세하게 알기 위하여 이(理)·상(象)·기(氣)·형(形)·세(勢)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理)이다, 진리, 원리, 이론, 이치 등의 어휘 조합 시 준용되는 이(理)가 이것이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복음 8 장32절)”라고 말하지만 사실 무엇이 참된 진리인지 알 수 없고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지금 많은 이들이 연구 중에 있지만 이(理)를 누가 먼저 어떤 목적과 개념으로 도입하였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아리안족이 타 문화 타 민족을 지배 또는 융합해 나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감각과 존재를 초월한 까마득한 하늘의 어떤 힘이 자기들 민족 내에 있으니 자기 민족을 따라야만 한다는 지배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사용하였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것이 인도로 건너가 다양한 신들의 군상을,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 국가들에는 여러 신화들을, 이집트는 영혼불멸사상에서 영혼을 지배하는 지극한 신을, 유태인은 하나님을, 그리스인들은 이데아(idea)를, 이후 동양으로 이런 사상들이 유입되면서 이(理)라는 개념이 보편적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설이 그것이다.

다음으로 상(象)이다. 이 상은 참으로 까다롭다. 성인(聖人)께서 깨어 있는 맑은 정신으로 본 상과 정신 없는 미친 놈이 본 상을 보통 사람들은 구분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훌륭한 선인(仙人)들과 수도자와 스님들과 목사, 신부 등 종교인들이 본 상과 잡무당 및 정신 없는 자들이 지껄이는 상을 보통사람들은 구분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정신 없는 자라도 어떤 사람을 딱 보는 순간 그들의 마음에 맺혀 있는 상을 보고 술술 뱉어 내는 소리가 지난 자기 인생을 함께 꿰고 있듯이 읽어 대니 사람들은 깜빡 넘어가 그 사람에게 매달리어 돈을 주고 쌀을 주고 미래를 의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 이런 경우이다.

대개 진사술해의 전라지망살이 있는 사람들에게 신기(神技)에 가까운 상독(象讀)능력이 있음을 많이 본다. 그리고 우리가 익숙하게 보는 팔괘, 64괘, 사람들의 관상(觀相), 수상, 체상 등이 있고, 땅의 형세를 보는 풍수지리, 이에 근거한 풍수적 인테리어, 명리학의 사주팔자와 대운 등도 모두 상(象)이다. 이 상을 어떻게 보고 해석하느냐가 명리학의 관건이다. 하지만 이 리(理)와 상(象)은 드러난 것이 아닌 현상으로서 드러난 물질 속에 들어 있다. 즉 과학적 방식으로 검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것들이 나타나는 것이 기(氣)이고, 기가 응결되어 우리 몸으로 흙으로 동식물로 나타난 것이 형(形)이며, 형의 생장소멸의 크기가 세(勢)이다, 세는 12운성 또는 태포순정강장(胎胞順正强藏)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인간사에서 보면 권력과 재력이 막강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구분되는 것이 모두 세이다. 이(理)에서 형세(形勢)에 이르는 과정은 연역(演繹)적 방법이라면, 형세에서 이를 유추하는 것이 귀납(歸納)적 방식이다. 상(象)은 통찰력과 더불어 이 두 방식을 모두 사용한다. 사주팔자 여덟 글자의 상(象), 보면 볼수록 신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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