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57·끝)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57·끝)
  • 경남일보
  • 승인 2013.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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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하트 모양의 불꽃 속 풍등에 준호의 소원이 뚜렷하게 보였다.

“사~랑~해, 민지!”

사랑하는 마음을 수많은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사~랑~해!”

불꽃놀이를 구경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사~랑~해, 민지!” 하는 사랑의 고백을 찍느라 일제히 플래쉬가 터지면서 남강 전체가 일제히 반짝하는 셀카 플래쉬 불꽃놀이가 터졌다. 촉석루에 있던 사람들이 풍등에 일필휘지로 휘갈기고 마당에서 하트 모양을 그리며 둘러섰다. 불꽃이 타오르자 풍등을 밤하늘로 띄워 보냈다. 잠시 후 불꽃이 터지자 ‘정말로 사랑해.’하는 마음이 뚜렷하게 보였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은 아름다운 사랑이 강바람 타고 별이 빛나는 밤하늘로 승천하고 있었다. 밤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뜨거운 하트 불꽃이 터질 때마다 ‘사~랑~해’를 외쳤다.

“사~랑~해!”

사랑이 메아리치는 남강 위에 하트 모양의 붉은 불꽃이 연발로 터지자 구경하는 연인들끼리,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서로 끌어안으며 하트가 터질 때마다 ‘사~랑~해’ 하고 외쳤다. 준호는 하트 모양이 가장 커지는 순간 봉황이 하트 불꽃 속으로 날아들게 하여 큐피드의 화살처럼 노란 불꽃을 수놓았다. 그 때 논개의 넋이 어린 의암바위에 설치된 수상무대에서 오페라 공연을 하던 소프라노 가수의 목소리가 남강 물결을 타고 은은하게 울렸다.

“사~랑~해, 당신을~”

사랑 불꽃놀이를 보던 사람들이 합창을 했다.

“정~말~로~ 사랑해~”

일순간 남강 변은 거대한 야외 수상 음악당으로 변했고, 유등 불빛이 흐르는 남강에 우뚝 솟은 의암바위는 수상무대였다.

“세상 사람들아, 눈이 있으면 봐라.”

한눈에 볼 수 있어 사진 촬영명소로 유명한 진주교 위 카메라맨이 예술작품 한 컷 잡아 놓고 자랑을 했다.

“용의 전설과 봉황이 노닐던 곳인데… 봐라, 이것들아.”

강변 장어집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쳐다보던 사람들이 승리의 건배를 했다.

“사랑은~”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잔잔한 사랑이 남강 밤하늘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언제나 오래 참고~”

사랑의 감정에 북받친 수많은 사람들은 어깨동무하고 다 같이 사랑을 노래했다.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관광객들이 먼저 시작한 사랑의 노래를 따라 굵직한 바리톤 가수가 뒷받침 해주는 사랑의 울림이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휘감아 돌았다.

“사랑은 모든 걸 감싸주며~”

“이야기가 있는 건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기라.”

오랜 꿈과 전설에서 나오는 청룡과 봉황은 별을 향해 솟구쳐 날아올랐다. 오색 빛을 내는 봉황 유등이 물결 따라 유영하고, 유난히 푸른빛을 내는 청룡 유등은 진주성곽 주변을 날아다니며 불을 뿜었다. 오색 울음소리를 내며 날아오르는 봉황 유등의 오색 빛을 따라 청룡 유등이 뒤따라 솟구쳐 오르는 가을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해맑은 가을 밤하늘의 별보다 더 많은 유등 불빛이 남강을 흐르고 있었다. 깊어가는 가을밤 하늘의 뭇 별들이 남강유등놀이 온 듯 유유히 흐르는 물결에 반짝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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