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비차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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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중
  • 승인 2013.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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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진주성비차’로 돌아온 김동민 소설가
김동민 사진
김동민


몇해 전 본보 연재소설 ‘돌아오지 않는 꽃’으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했던 소설가 김동민씨가 소설 ‘진주성 비차’로 다시 독자들과 만난다.

오는 19일 첫 시작을 알리는 소설 ‘진주성 비차’는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이 왜군에게 포위당했을 때, 성주와 친분이 두텁던 어떤 사람이 나는 수레, 비거를 만들어 타고 성안으로 날아들어가, 성주를 태우고 30리 밖에 이름으로써 인명을 구했다’는 비차와 관련된 설에서 영감을 받았다.

김 작가는 몇 줄 되지 않는 기록을 토대로 수십년의 작가 경험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당시의 비차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다음은 김동민 소설가 일문일답

-이 소설을 연재하게 된 배경이랄까 창작 동기부터 소개한다면

▲ 조선 최초의 비행기, 아니 세계 최초의 비행기가 진주에서 날았다.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힐 일이다. 한데, 만약 그것이 지어낸 이야기(픽션)가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인 사건(논픽션)이었다면? 이 소설은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가설에서부터 출발한다.

세계 최초의 비행기는 라이트 형제가 1903년 12월에 띄웠다는 플라이어호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임진왜란이라면 1592년이 되겠고, 그렇다면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보다도 무려 311년이나 더 앞서 우리나라에 비행기가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작가라면 그런 사실 하나만으로도 욕심을 낼 만한 소재가 될 것이고, 필자가 KNN 비차 행사와 진주대첩기념사업회, 연지사종반환요구서 책임 작성자로 참여한 것도 도움이 됐다.

-소설의 제목이자 핵심 글감인 ‘비차’에 대해 알고 싶은데

▲현재 전해지고 있는 비차에 대한 기록들은 극히 단편적이고 미미한 데다가, 그 진위를 확인해볼 길도 없다. 아쉬운 대로 고서의 문헌내용을 토대로 필자가 대략 정리해본 바에 의하면 이러하다. 영남의 어느 성은 경상도 진주성이고, 비차를 만든 사람은 전라도 김제 사람 정평구(이게 좀 더 정설에 가깝지만)이거나 충청도 노성 사람 윤달규이며, 그것은 비행기처럼 하늘을 날 수 있는 기계, 곧 비행기구가 되겠다. 하지만 그 정확한 형태와 구조는 전해지지 않고, 단지 대나무와 소나무, 화선지, 소가죽 등을 재료로 하여 만든 따오기(고니) 모양이라는 기록은 있다. 한자로 쓰면 ‘飛車’가 되겠고, 따라서 우리말로는 ‘비차’ 혹은 ‘비거’가 되겠다. 한편 일본측 기록인 ‘왜사기(倭史記)’에도 전라도 김제에 사는 정평구가 비차를 발명하여 1592년 10월 진주성전투에서 이를 사용하였다고 간략하게 적어놓고 있으니, 기록으로 본다면 비차 제작자와 비행(飛行) 시기 및 장소는 어느 정도 드러난다.

-작품의 형상화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위와 같은 몇몇 기록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고증으로 들어가게 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우선 비차 자체의 존재성 여부이다. 과연 비차라는 게 실제로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여기에는 적잖은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는 바,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가 실물로 볼 수 있는 비차는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 최고 걸림돌이다. 당시로서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그렇게 훌륭한 비행물체라면, 어떤 식으로든 후대에까지 남아 전해져야 한다.

만약 모두 소실돼버렸다고 하더라도, 비차를 다룬 그림이나 시, 특히 그 제작과정을 소상히 설명한 책 정도는 있을 수 있다. 심지어 그들의 가문 족보에조차 자기들 선조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비차를 만든 사람에 대한 의심을 더하게 한다. 혹자는, 그때는 하늘을 나는 기구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헛소문으로 치부해버린 탓일 거라고 보기도 하는데, 그것도 숱한 추측 중의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작품으로 녹여내는 데는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역으로 바로 여기에서 이 소설의 가치와 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글쟁이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소설 속에서나마 생생하게 살아 있는 비차를 재현시켜 보겠다는 창작 의욕을 품게 된 것이다.

-미래 독자들을 위해 사건을 이끌어갈 중심인물 및 메시지를 전해 달라

▲소설에서는 비차의 제작자(소설 속 주인공)를 누구로 할 것인가에 고심했다. 기록에서 보이는 가능 인물은, 정평구와 윤달규 외에도 비차에 관한 책을 소장했다는 강원도 원주 사람이 또 있지만, 그중 누구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래서 비차의 주무대인 경상도 진주 출신 ‘강조운’이라는 가상인물을 앞에 내세워, 경상·전라·충청을 아우르는 삼남(三南) 사람들, 곧 조선의 힘이 합쳐져 비차를 완성하는 것으로 그려봤다.

또 한 명의 중심인물은 진주성이라고 하면 빠뜨려서는 안 될 실존인물인 진주 목사 김시민이 되겠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적 배경 또한 진주와 충청도 목천현을 오가게 될 것이며, 진주성전투 이야기도 비거 탄생과 더불어 중요한 축을 이루게 될 것이다.

끝으로, 비차가 존재했다면 왜 비차라는 물체 자체에 대한 기록이 드물고, 계속해 발전시키지 못했을까 하는 회의와 아쉬움이 너무 크다. 그것은 비차를 만든 이들의 남모를 비밀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독자들 몫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모쪼록 졸저가 조선 최초, 아니 어쩌면 세계 최초의 비행기인 비차를 오늘에 재현시키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의 우주항공국이 되는 데 기웃거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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