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5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5회)
  • 경남일보
  • 승인 2013.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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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1. 연에 앉은 새
“어디로 날아가버렸을까요?”

남편은 마침 볏짚을 인 지붕 위를 날아가고 있는 까치 한 쌍을 쳐다보며 물었다. 검은 머리와 하얀 가슴 그리고 군청색이 잘 어우러진 털이 대단히 아름다워 보였다. 하지만 봉황새는 아니라는 생각이 그의 가슴을 안타깝게 후려쳤다.

“한자말로는 작, 희작, 건작, 비박조, 추미, 신녀 등등, 참으로 여러가지 이름을 가진 새지요.”

“나는 신녀라는 말이 마음에 드오이다. 신녀, 신녀라…….”

언젠가 그들 부부가 무슨 일로 옥봉리 향교에 갔을 때, 거기 유림 선비들이 팽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까치를 보며 나누던 얘기들이 남편 머릿속에 되살아났다. 왜 까치를 신녀(神女)라고도 하는지 아내가 굉장히 궁금해했다. 그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 서당에 들러 거기 훈장에게 물어보았더니 답변이 이러했다.

“불교를 믿는 여자, 그런 뜻이라오. 철저한 근신생활로 차원 높은 법신의 계시를 받는 일을 하는 국무(國巫), 그러니까 나라무당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지요.”

“그러면 보통 무당과는 다른데……?”

아내 말에 그 훈장은 이렇게 설명해주었다. 무당과는 입는 옷도 다르고, 특히 무당처럼 정령을 모시고 액신을 몰아내기 위해 굿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까치와 신녀를 연결짓는 데는 나도 좀 이해가 안 되기는 한다.

그날 남편은 내 아내가 혹시 무당이나 신녀가 돼버리지 않을까 싶어 더럭 겁이 났었다. 나같이 높은 벼슬자리에도 있지 않고 가진 것도 별로 없는 농투성이 아내로 썩기에는 아까운 여자라고 늘 생각했었다. 그런데 신녀까지는 아니어도 지금보다는 좀 더 독실한 신자가 되라는 뜻에서 오늘 탁발승의 방문을 받은 게 아닌가 헤아려보는 남편 귀에 탁발승의 말이 들려왔다.

“글쎄요. 그건 누구도 모릅니다. 그러나 봉황새는 날아갔지만 이 고을 사람들은 끝까지 포기나 실망을 하지 않았지요. 그 증거로…….”

탁발승의 길고 가느다란 검지 끝이 고을 남쪽 방향을 가리켰다.

“저기 봉곡리를 아시지요?”

남편은 두 팔로 옹헤야 도리깨질을 하는 시늉을 해보이며,

“넓은 타작마당이 있는 곳 말씀입니까?”

그의 말은 도리깨로 곡식 이삭을 두드려 떨어낸 낟알같이 그곳 마당가로 흩어져 내리는 듯했다.

“예, 맞습니다. 거기에다 봉의 알자리를 만들었던 겁니다.”

탁발승은 기도하듯 간절한 얼굴이 되었다.

“봉황새가 알을 낳고 이 고장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라고 말입니다.”

배가 아파오는지 상을 펴지 못하고 있던 아내가 반갑고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아, 그럼 지금도 그 봉황새는 우리 고을에 살고 있나요?”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그들이었다. 탁발승이 고개를 돌려 찡그림이 많이 가신 산모의 얼굴을 보며 예언자처럼 말했다.

“앞으로 살게 될 것입니다. 바로 부인께서 낳으실 그 아이가 저 비봉산 정기를 타고 태어날 것이니까요.”

남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스님 말씀은, 우리 아이가 비봉산에 살던 봉황새의 환생이다, 그런……?”

탁발승이 확인시켜주듯 자신 있게 말했다.

“새의 운을 타고 태어나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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