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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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은 비타민 A의 창고
호박은 예부터 부식이나 식량대용으로 즐겨 식용해온 먹거리다. 중앙아메리카 열대지역이 원산지인 호박은 분류상으로는 박과에 속하는 1년생 덩굴식물로, 고추 등과 함께 일본을 통하여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호박이라는 이름의 한자에 오랑캐 호(胡)자를 쓴다.

호박은 이른 봄부터 늦가을에 이르기까지 아무리 척박한 땅에 심어도 잘 생육하여 잎도 무성하고 열매도 풍성하게 맺는 식물이다. 특히 가뭄이나 장마에도 잘 자라고 병해충에도 강해서 농약이 필요 없는 무공해 식품이다. 부드러운 잎과 순은 쌈이나 나물로 식용하고 열매는 떡, 죽, 전, 찜, 범벅 등으로 다양하게 요리된다. 그야말로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먹거리이다. 그래서 일까? 흔히들 집안에 경사스러운 일이나 횡재수가 한꺼번에 생길 때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온다’고 표현한다. 아마도 활용도가 매우 높은 과채류라는 뜻에서 유래된 것 같다.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는 호박의 대표적인 기능성 물질은 단연 ‘베타카로틴’이라는 물질이다. 흔히들 녹황색 채소나 과일이 건강에 좋다고 하는 이유는 ‘베타카로틴’ 때문인데, 호박에도 이 성분이 많다. 이 물질은 체내에 흡수되면 약 30~50%는 비타민 A로 전환되고 나머지는 카로틴의 형태로 바뀐다. 비타민 A는 여러 가지 생리 기능을 갖고 있지만 세포막을 보호하는 기능이 강하다. 그래서 피부와 점막세포, 눈의 신경세포 등을 튼튼하게 하고, 병원체에 대한 저항력도 강하게 한다. 이처럼 세포를 잘 보호한다고 하여 ‘세포막의 가드맨’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만약 비타민 A가 부족하여 세포막이 약해지면 발암물질의 공격을 받기 쉽다. 왜냐하면 어떤 종의 발암물질은 점막의 세포막에 이상이 생길 때 쉽게 침입하여 암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베타카로틴은 폐암에 특별한 효과를 나타낸다. 역학조사에 의하면, 베타카로틴의 섭취량이 많은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폐암으로 죽는 사람이 훨씬 적다는 것을 발견하였는데, 그 원인을 추적한 결과 혈액 중에 베타카로틴이 많기 때문이라는 보고가 나와 있다. 또한 호박에 함유된 트립신 저해제(trypsin inhibitor)는 바이러스와 발암 작용을 억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박에는 베타카로틴 외에도 기능성 ‘폴리페놀’ 화합물이 많아 항산화 활성이 높은 채소이다. 늙은 호박, 단호박 및 애호박의 총 폴리페놀 함량과 항산화 활성을 측정한 결과 애호박의 항산화 활성이 가장 높게 나왔다. 특히 산화질소 소거활성은 단호박과 애호박이 ‘알파토코페롤(α-tocopherol)’보다도 높은 활성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호박은 이뇨와 배설작용을 원활하게 해주어 신장 기능을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붓기가 있을 때 먹으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한방에서는 특히 산후 회복에 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박을 먹을 경우 산모의 적혈구 수치가 호박을 먹지 않은 대조군에 비하여 크게 증가하였으며, 헤모글로빈 수치 역시 임신 초기의 평균 수준을 넘어 정상치로 회복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호박이 단맛이 나는 것은 탄수화물의 약 30%가 설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베타카로틴’ 외에 비타민 B1, 비타민 C 및 칼슘 등의 기능성 물질이 많다. 하지만 호박에는 비타민 C를 파괴하는 아스코르빈나제(ascorbinase)라는 고약한 물질이 공존하고 있어, 비타민 C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선한 상태에서 빨리 조리하는 것이 좋다. 이 효소는 산소와 만나면서 분해가 촉진되므로 호박의 절단면이 공기에 접촉되지 않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호박 꼬지를 만들어 저장할 때에는 공기 차단을 위해 랩 등으로 포장을 하면 비타민 C의 파괴를 줄일 수 있다.

여름철에 쌈으로 먹는 호박잎에는 ‘베타카로틴’이 약 1500~3600mcg, 비타민 C가 약 20~70mg%, 칼슘이 약 550~3600mg%로 많고, 식이섬유 또한 풍부하여 한마디로 영양의 보고다. 이러한 영양소 덕분에 호박잎을 먹으면 포만감을 느낄 수 있고, 배변량도 많아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호박은 그 씨앗도 무시할 수 없는 식품이다. 호박씨에는 지방과 단백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시장할 때에는 에너지원으로 좋고, 특히 지방은 주로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리놀레산의 함량이 많아 중풍에 이롭다. 또한 이것은 머리를 맑게 하고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레시틴’이 많아 청소년들의 간식으로 안성맞춤이다. 호박씨는 많이 까먹을수록 몸에는 이로운 일이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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