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여성의 리더십
전문직 여성의 리더십
  • 경남일보
  • 승인 2013.11.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혜숙 (경상대 사회학과 교수)
올해 면허를 취득한 의사 3059명 중에서 여의사가 1013명으로 32%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학업과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남성 못지않게 뛰어난 알파걸이 사회 곳곳에서 여성 파워시대를 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여전히 여성의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존재한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야 하는 현실 속에서 많은 전문직 고학력의 여성들이 여전히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교육수준의 향상으로 전문직 여성의 비율은 늘고 있지만 남성 중심적인 조직문화와 제도가 여전히 통용되고 있어서 전문직 여성들이 경험하는 애로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남성중심 조직의 특성은 ‘강한 척 행동하기’, ‘유능한 척 행동하기’, ‘상명하복의 원리’, ‘감정을 절제하기’, ‘개인의 의견보다는 집단의 문화에 더 충실하기’ 등으로 표현되는데 업무가 공식적인 근무시간에서만 처리되는 것이 아니며 네트워크 강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전형적인 남성 중심적 회식문화 및 술자리 문화가 존재한다.

칸터(Kanter)는 일반적으로 한 직장에서 여성의 비율이 15% 이하일 경우 여성들은 실질적인 힘을 지니지 못하고 ‘상징적인 의미의 명목적인 지위(token)’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실제로 전문직 여성들은 강한 직업 정체성을 지니고 있지만 남성 중심적 조직과 문화 속에서 딜레마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조직에서 여성의 수가 소수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거나 새로운 대안적인 조직문화를 형성하기가 어려우며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면서 주변화되기 쉬운 것이다.

그런데 전문직 여성들은 가정과 직장에서 요구하는 이중 역할이나 직장에서 겪는 성차별을 사회적 환경 자체의 근본적 변화를 통해 해결하기보다는 개인적 노력을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전문직 여성으로서 직업의식이 강한 편이나 기존의 조직문화를 대체로 수용하는 ‘동화·수용형’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를 ‘여왕벌 증후군’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 증후군을 가진 여성들은 자기계발과 노력을 통해 개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인정받으려는 슈퍼우먼의 자아상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당당하고 똑똑한 여성은 차별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차별과 불평등을 말한다는 것은 자신의 무능을 입증하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반면 조직문화에 대해 비판적이며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대처·극복형’이 있는데, 이들은 사회적 환경의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고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를 여성 친화적으로 만들기 위한 여성연대에 관심이 많다. 또 성인지적 시각을 가지면서 가사나 자녀양육을 분담하려 하고 여성후배에 대한 멘토 역할에도 관심이 많다.

이처럼 전문적 여성들의 정체성과 의식은 같지 않은데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전문직 여성의 ‘대처·극복’ 대응이 필요하며 여성 리더십과 네트워크, 성인지적 관점, 여성들 간의 연대가 중요하다. 남성집중 전문직 내에서 성인지적 관점과 대안적 담론을 형성하고 여성 친화적인 환경과 조건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고학력 전문직 여성이 모여 있는 대학사회에서도 남성 중심적 문화와 기준이 쉽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우선 수적으로 여교수의 수가 적기 때문인데 정부의 대학 성평등 정책과 더불어 최근 전국여교수연합회의 활동이나 대학마다 여교수회가 조직되는 움직임도 이러한 대학사회의 조직문화 및 제도개선의 요구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즉 남성조직에서 주변화되었던 여성의 공통된 경험과 인식을 토대로 여성들이 모임을 갖기 시작함으로써 여성연대의 토대를 마련하고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인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전문직 여성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지난 11월 25일 경상대에서는 여교수회와 여성연구소 공동으로 ‘대학사회와 양성평등’ 워크숍이 열렸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대학사회 내 성인지 세력의 조직화와 역량강화, 전문직 여성으로서 여교수의 리더십의 중요성 등이 논의되었다. 이번 워크숍을 계기로 대학에서 여성 친화적 연구 및 교육환경이 이뤄질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제시되고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이혜숙 (경상대 사회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