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에 보탬 됐다면 더한 보람은 없어"
"어민에 보탬 됐다면 더한 보람은 없어"
  • 임명진
  • 승인 2013.12.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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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 적조피해 줄인 강순석 하동군수협 조합장
“우리 어민들에게 보탬이 됐다면 그보다 더한 보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태풍이나 적조 등에 대비한 양식어가의 재해보험 가입률이 현저히 낮은 가운데, 끈질긴 어민 설득으로 지난 여름 적조피해를 최소화한 현직 수협조합장의 선견지명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강순석(75) 하동군수산업협동조합장의 이야기다. 지난 여름에 발생한 적조는 남해안 일대의 양식어가에 크나큰 피해를 안겼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양식어가들이 피해를 입어도 보상받을 길이 막막한 상황이다. 재해를 맞아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한 양식어가는 국내 전체로 보면 20% 남짓. 가두리 양식업이 발달한 경남은 10%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 재해보험 가입을 독려하고 있지만 이처럼 가입이 저조한 까닭은 적조와 태풍이 매년 발생하는 것도 아닌데다, 재해보험이 1년간만 보장되는 소멸성 보험인 점,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어민들의 인식 때문이다. 이런 까닭으로 하동군내 양식어가들도 보험가입을 꺼려했던 것도 사실.

그렇지만 하동지역에는 절반이 넘는 피해 양식어민들이 보상을 받아 눈길을 끌고 있다.

한 달이상 지속된 적조는 하동군 어민들에게도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피해어민만 40명에, 금액은 무려 25억원. 이들 피해어민 중 23명이 보상을 받았다. 적조가 발생하기 한 달전에 보험가입을 마쳤기 때문이다. 가입대상자 40명 중 23명이 가입했으니, 가입률만 50%가 넘는다. 경남 전체의 가입률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들 23명에게 지급된 보험금만 11억원, 피해액의 80%가 넘는 보상을 받았다.

이처럼 가입률이 높은 까닭은 강 조합장의 적극적인 설득 때문이었다는 게 현지 어민들의 반응이다.

“폐사된 어류를 끌어내던 한 어민은 저에게 고맙다고 하더라구요. 설마했는데 너무 고맙다고, 그간의 고생이 싹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강 조합장은 적조 발생 두달 전인 5월부터 육지는 차로, 바다는 지도선을 타고 어민을 만나며 보험가입 설득작업을 했다. 그에 앞서 보험 품목 대상이 아닌 참숭어의 보험지정을 적극 건의해 반영시켰다. “만약을 위해”라는 권유에도 어민들은 처음에는 “가뜩이나 어려운데 돈만 나간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조합장의 끈질긴 설득을 당해내지 못한 23명의 어민이 결국 보험에 가입하게 됐다.

강 조합장이 보험가입을 적극 권유한 데는 이유가 있다. “작년에 태풍피해를 입은 전남의 전복양식장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그쪽도 10년 만에 처음 태풍피해를 입었다고 하는데, 너무 피해가 컸어요. 망연자실한 어민들을 보면서 우리도 대책이 필요하구나 생각을 한거죠.” 결과적으로 강 조합장의 선견지명이 어민들을 살린 셈이다.

강 조합장은 적조가 발생하자 칠순을 훌쩍 넘는 나이에도 직접 배를 몰고 적조 현장에서 방제 활동을 벌였다. 하루종일 바다에서 어민들과 함께 적조덩어리를 깨기 위해 배를 몰며 파도를 일으켰다. 몸살도 났지만 워낙 체질적으로 건강해 괜찮았다는 그의 방제활동은 장장 28일 동안 계속됐다.

글=임명진기자·사진=오태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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