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37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37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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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2. 마귀? 귀인!
그동안 시민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그는 충북 괴산 큰댁으로 내려가 두 해 동안을 무과 과거 준비에만 집중했다. 말타기와 활쏘기, 칼쓰기 같은 무예를 거의 혼자서 익혔다. 조운 역시 혼자서 나는 수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비슷했다. 시민은 병법(兵法) 공부에 더 흥미를 보였다. 사간원 정언으로 있는 숙부 김제갑이 무과시험에 필요한 서적을 구해주어 매우 도움이 되었다.

드디어 크게 벼려왔던 식년(式年)이 다가왔다. 과거 보이는 시기를 지정한 해인 식년은, 태세가 자, 묘, 오, 유가 드는 해로서, 3년마다 한 번씩 돌아왔다. 그리고 그해 1578년은 명종이 승하하고 선조가 등극한 지 11년째가 되는 때였다.

25세의 시민은 무과 별시(別試)가 치러지는 과시장으로 갔다. 그곳에는 이제까지 갈고닦은 실력을 겨루기 위해 전국 도처에서 모여든 내로라하는 건장한 장정들이 내뿜는 열기가 넘쳐났다. 한양에서 초시에 합격한 70명과 각 도에서 뽑힌 120명을 합한 190명을 병조와 함께 복시를 치러 우선 28명을 선발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전시를 보아 등수를 정하는 것이다.

만만해 보이는 자는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퍽 긴장된 빛을 감추지 못했다. 이순신이 시험을 보다가 다리를 다쳤다는 곳이 바로 거기라는 것을 시민은 나중에 듣기도 했다. 먼저 학과시험을 치렀는데, 시민은 경서(經書)와 병서(兵書) 모두 만점 가까운 점수를 따낸 것 같아 아주 흡족했다. 다음으로, 무예 겨루기에서 활쏘기와 격구를 하였는데, 학과시험만큼은 못 해도 그런 대로 만족할 만했다.

그러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자꾸 눈앞에 삼삼하고 숙부가 신경 써준 것도 마음 쓰였다. 만약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 뒤끝으로 기대에 찬 어머니와 아내 얼굴도 나타나 보였다. 나의 뜻이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큰소리쳤는데 낙방 소식을 들으면…….

특히 무과는 문과보다도 5명이 적은 28명만 선발했다. 이럴 때 1명은 천, 아니 만 명보다도 더 큰 숫자였다. 그렇긴 해도 20명을 뽑는 정9품 병과나, 5명을 뽑는 정8품 을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사내대장부 웅지를 품은 시민은 3명을 뽑는 갑과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장원은 종6품이란 가볍지 않은 품계를 받는다. 2등 방안(榜眼)과 3등 탐화(探花)는 정7품이다.

그러다가 발표 시간이 임박해지자 병과면 어떠리 싶었다. 지푸라기라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터였다. 한데 결과는 장원급제였다. 그렇게까지는 기대하지 못했다. 숙부 김제갑이 제일 먼저 달려와 자기 일같이 축해해 주었다.

“정말 잘됐구나! 지금까지 고생한 보람이 있어.”

“숙부님께서 보내주신 서책 덕분입니다.”

그러자 제갑은 흥분한 빛에서 정색한 빛으로 바뀌며 이렇게 충고해 주었다.

“사실 무예는 조카보다 더 뛰어난 자가 있었다고 하네. 병법 문제에서 워낙 앞선 게지. 그러니 장원급제했다고 행여 오만해져서는 절대 아니 될 것이야. 알겠는가?”

시민은 지난날 뽕나무활과 쑥대화살로 사람을 해치는 백전천의 이무기를 찾아나설 때의 각오로 다짐했다. 문무를 겸비한 장수로 거듭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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