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40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40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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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2. 마귀? 귀인!
진주목사가 새로 부임해왔다.

충청도 출신으로 이름은 김제갑이라고 했다. 그는 올 때부터 고을 사람들로부터 평판이 좋았다. 전임지에서 아주 청렴결백한 목민관으로 이름이 나 있었다고 하여, 그에게 거는 기대와 호기심 또한 대단하였다.

그런데 김제갑 목사가 누구인가? 바로 조카 시민이 치른 무과시험에 필요한 서적을 구해주어 큰 도움이 되게 한 그 장본인이었다. 시민이 헤어짐을 몹시 아쉬워했던.

그러나 아직 그 고을에서 그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것은 조운이나 그의 부모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사람에게는 어떤 직감 같은 게 주어져 있는 것일까. 김제갑 목사에 대해 남들 모르게 가장 가슴이 설렌 사람은 바로 술명이었다. 그는 논두렁이나 밭머리, 집의 방이나 마루에서 줄곧 아내 박씨와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보, 김제갑 목사 이야기 들었소?”

차례상 앞에서 말하듯 낮고 조심스러운 소리였다.

“예, 들었어요. 그런데 혹시 이번에 온 그 목사가 예전에 그 스님이 말하던, 장차 이 나라를 위기에서 건질 그 귀인이 아닐까요?”

박씨 또한 여간 흥분해하는 빛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것들이 그 탁발승이 예언한 대로 맞아떨어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조운이 하는 것으로 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나고야 말리라는 예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조운이 어서 그 일을 마무리하고 둘님과 혼례를 치르기만을 학수고대하는 그들 부부였다. 그런 판에 드디어 그 귀인이 나타났으니 얼마나 기쁘고 가슴이 설레이겠는가.

그런데 한참 동안 헤아려보던 술명의 이야기는 다소 다르게 나왔다.

“그건 아닐 거요. 왜냐 하면, 우선 우리 조운이보다는 나이가 많지 않소?”

“예, 그렇네요. 한날한시에 태어날 사람이라고 했으니…….”

박씨 얼굴이 금방 실망감에 젖어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술명은 또 이랬다.

“한데 말이오. 잘은 모르겠지만 전혀 상관이 없지는 않은 듯하오.”

실망했던 박씨는 꺼졌던 불 씨앗이 되살아나는 것을 보듯 기쁜 목소리로,

“예? 그건 또 무슨……?”

술명은 북녘 하늘이 펼쳐져 있을 곳으로 아련한 눈길을 보내며,

“충청도 사람이라고 하지 않소? 그 스님이 얘기하던…….”

충청도 아이와 조운이 장성한 후에 크나큰 인연을 맺고 살아가게 될 것이라던 탁발승 얘기가 다시 한 번 아내의 뇌리를 세게 쳤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그리될지 윤곽조차 잡히지 않았다. 기쁨과 반가움도 잠시, 불길한 예감이 고개를 치켜들면서 퍽 께름칙했다. 역시 그날 무엇에 홀렸던 것일까? 조운에게 저주와 불행을 내리기 위해 마귀가 중으로 변신하여 나타난 것이었다면? 그런데 남편 생각은 다른 듯했다.

“내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러면서 술명은 여간 조심스러워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하긴 천기누설이라 했다.

“이제부터는 더욱더 모든 일들이 그 스님의 예언대로 될 것 같구려.”

마귀의 저주대로가 아니고요? 자칫 그렇게 반문할 뻔했던 박씨는 제풀에 소름이 쫙 돋침을 느끼며 신음하듯 입을 열었다.

“예, 예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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