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선거전략 -줄서기
<이준의 역학이야기> 선거전략 -줄서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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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 하에서 공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력 정치인과 정치세력에 줄을 대려는 지방선거 입후보 예정자들의 발길이 무척 바쁘다고 한다. ‘줄만 잘 서면 곧 당선된다’는 참으로 씁쓸한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구도이다.

경상도에서는 새누리당 띠만 두르면 말뚝도 당선되고, 전라도에서는 민주당 피켓만 들면 빗자루도 당선되었던 저간의 사정을 보건데 뻔한 연줄을 모른 체한다는 것은 곧 자살행위일 수 있다. 경상도에서는 새누리당이, 전라도에서는 민주당이 싹쓸이했다시피 하였던 지금까지의 선거추세가 이를 말해준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런 경향이 바뀌어 질 수 있을까 하는 실없는 기대도 해본다.

이런 영호남의 정당지지 고착현상이 언제 어디서 무슨 까닭으로 연유되었는지 모르지만 분명 원론적 관점에서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지역민들의 고착된 이런 모습이 아름다운 향토애에 바탕을 둔 지역사랑의 표현이 아니라 이상한 집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광기로도 느껴진다. 그리고 지역의 정서적 헤게모니를 장악한 정당세력들은 주민들이 가진 기존의 고정관념을 더욱 강화시키는 프레임 전략을 교묘하게 활용한다.

이런 선거풍토 하에서 후보자들의 입장에 보면 한편으로는 홀가분한 면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 양측에 공을 들여야 하는 이중 노선 때문에 더욱 괴로울 수도 있다. 공천을 받으면 떼어 놓은 당상으로 한결 우월할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공천을 받으랴, 지역 주민들로부터 표를 얻으랴 양측으로 뛰어다녀야 하니 이중으로 더욱 힘겹고 괴롭기도 할 것이다. 지방자치는 지역주민의 참여에 바탕을 두어야 할 것인데 오히려 중앙정당의 정략적 계산과 눈치에 매달려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물론 이런 것은 사람이 빛의 존재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의 본성 탓이기도 한다. 역(易)은 사람의 본성이 햇빛과 달빛으로 이루어진다고 본다. 해(日)와 달(月)이 합쳐진 것이 밝음(明)이다. 그래서 사람은 본성이 본래 밝고 투명하여 빛을 지향한다. 그리하여 외롭고 괴롭고 침울할 때는 눈을 감고 반짝거리는 물결이나 햇살을 상상하거나 또는 실제로 밝은 햇살을 듬뿍 받으면 그러한 음습(陰濕)한 기운이 한결 가벼워지고 기운도 새로워진다. 따라서 운기도 밝아져 좋은 일들이 생긴다. 사람은 빛의 존재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리하여 어둡고 불운하다는 생각이 들면 햇볕 속으로 나오는 것이 가장 좋은 방편이다.

낮의 태양은 그 변화를 잘 알 수 없지만 밤에 나타나는 달빛은 매일매일 변하기에 사람들은 이를 기준으로 세월의 흐름을 정한다. 음력 초3일에 달빛이 나타나고, 초8일에 상현이 되고, 15일에 보름달 망(望)이 되며, 16일에 하현이 되고, 30일 그믐(晦)으로 돌아간다. 사람들은 초사흘부터 보름달까지 가득 채워지는 것을 좋아한다. 이를 바라고 기대하기에 보름을 망(望)이라 한다. 이렇게 보름달로 되는 것을 가득 찬다(盈)고 한다. 그리고 보름달에서 그믐으로 되는 것을 빛이 없어지기에 비어간다(虛)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를 싫어한다.

빛의 존재인 사람들이 보름달을 좋아하고 그믐을 싫어하는 영허(盈虛)의 이치에 따라 사람들은 외형적으로 커져가고 성장(成長)하는 것을 바라고 힘을 가진 세력, 권력자, 엄청난 재력가에게 빌붙으려 한다. 하여 이를 비난할 수만은 없다. 영허의 이치는 니 편 내 편을 구별하는 진영논리, 경쟁, 투쟁, 전쟁 승리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일부(一夫)의 정역(正易)에서는 관점을 달리한다. 물론 희망사항이자 과연 가능할지 의구심이 드는 천지개벽(天地開闢)을 전제로 한 관점이기는 하지만 달의 모습을 달리 설명한다. 음력 16일이 초하루이고, 음력 30일을 일월 합삭의 율려성 광명이라 한다. 이를 소장(消長)법이라 한다. 이는 달빛의 눈에 보이는 부분이 줄어들고, 어두운 부분이 커지는 이치에 따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매가 영글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화려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개개인의 실존, 존재, 삶, 서민, 지역주민의 행복 등이 더 소중하다는 역설(力說)이다. 여기에서는 조화, 상생, 소통, 협의, 통합, 결실, 새로운 세계에의 추구노력을 가치 있는 덕목으로 둔다.

지역주민들의 행복을 위하여 출사표를 던지려는 사람들은 보름달만 지향할 것이 아니라 그믐날의 결실과 시작도 꼭꼭 마음에 새겨야 한다. 힘 있는 사람들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힘 없는 서민들이 근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기도(祈禱)의 염원은 보름날 밤보다 그믐날 새벽에 하는 것이 더욱 효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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