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심
허영심
  • 경남일보
  • 승인 2014.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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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사람들은 대부분 성공이라는 이름의 목표를 향하여 경쟁의 마당에 뛰어들어 서로 앞을 다투기도 한다. 물론 경쟁의 심리 그 자체는 성취 내지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경쟁심은 자칫하면 허영심과 연결되기 쉽고, 허영심과 어울려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순간부터 우리를 어리석음의 진창으로 밀어 넣기도 한다. 경쟁심은 남을 의식하기 마련이고, 남에 대한 의식은 쉽게 우리를 허영으로 안내하기도 하지만. 허영심은 온갖 어리석음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많은 사람과 어울려 살다보면 남의 이목을 의식하게 마련이고, 남의 이목 앞에 자신의 모습을 초라하게 보이기 싫은 것도 사람으로서의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남에게 초라한 모습으로 드러나기를 원치 않는 심정을 허영심이라 부른다면 허영심이란 누구에게나 있는 자연스런 마음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자연에 근원을 둔 마음의 작용도 자칫 정도를 지나치기 쉬운데, 허영심이라는 심정 또한 정도가 지나칠 수밖에 없는 심리의 대표적인 것이다. 허영심의 정도를 지나칠 때 우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허영심이 지나치면 삶의 알맹이는 망각하고 오르지 껍데기만 쫓게 되기 쉽다.

삶의 알맹이란 반드시 멀고 깊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삶의 가까운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고 이룩할 수 있는 일상적인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삶의 가치가 실현되는 것은 화려하고 좋은 곳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이 어느 곳에서나 경험하는 소박한 일상생활의 현장에서이기도 하지만, 겉만 화려하게 보이고 싶은 욕망 또한 삶의 알맹이와 연결된 행복이 아니라 삶의 껍데기를 쫓는 허영심의 만족일 뿐이다.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마음이 허영심의 지배하에 놓일 경우에는 모처럼 세운 높은 이상도 알맹이 없는 한갓 껍데기로만 남기 쉬울 수밖에 없다.

삶의 가치가 실현되는 것은 먼 후일에 어떤 목표가 달성되는 그 순간에 있어서가 아니라, 높은 이상을 향해서 한 걸음 한 걸음 접근하는 그날의 실천과정 속에 있다. 묵묵히 걸어가는 일상적 실천 속에 가치의 열매는 서서히 여물어 가는 것이며, 뜻있는 목표를 위해서 정성스러운 노력을 기울였다는 그 사실 속에 귀중한 가치가 실현되는 것이다. 천부의 재능을 가진 탁월한 사람들만이 높고 뜻있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뜻을 바르게 세우고 그 목표를 선택한 사람의 마음에 고귀함에 있다.

남을 이기고 남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경쟁의 마당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화려하게 몸치장을 하고 좋은 위치에 서야 하겠지만 그러나 삶의 성패는 남과의 비교에서 판가름 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 서서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삶의 보람은 허영심의 만족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타고난 가능성이 바르게 발휘되는 일상생활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렇다고 화려한 삶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알맹이 없이 겉만 화려한 삶은 허무하다는 것이며, 드러나지 않는 소박한 일상생활이 참으로 귀중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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