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야 산다?
줄 서야 산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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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홍 기자
얼마 전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할 한 인사를 만났다. 경쟁력을 갖춘 유력 후보라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놀라운 것은 지역현안 뿐 아니라 합천 공직사회에 대해 꿰뚫고 있었다. 군수, 도의원 등 선거 출마예정자들에 대한 동향부터 군 공무원들 개인 사생활까지 많은 부분들을 알고 있었다. 기자는 순간 다양한 채널로부터 정보를 받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 인사는 정치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지인들과 연락을 하거나 온라인 등을 통해 지역언론을 스크린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알고 있는 양질의 정보는 조직 내 핵심 공무원이 아니면 인지가 불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얼마 전에는 어느 한 합천군 공무원이 시중의 유언비어를 여과 없이 동료 공무원 4명에게 메일을 통해 전달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일련의 사례를 볼 때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군 공무원의 선거개입이 이미 시작됐음을 직감할 수 있다. 과거 사례로 보건대 공무원의 직·간접 선거운동 개입 사례는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더욱 많아진다.

지방선거에서 공무원의 선거 개입과 줄서기가 만연하는 이유가 뭘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근본적으로 자신들과 이해관계가 직·간접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들이 선거 때마다 줄서기에 나서는 이유는 바로 ‘인사’ 때문이다. 자신이 줄을 선 후보가 당선되면 승진이나 주요보직에 배정되는 등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오히려 중립을 지킨 공무원들이 불이익을 받는 구조다. 익명을 요구한 군 공무원은 “지방선거는 학연·혈연 등에 따라 편이 갈라지는데 당선 뒤 다른 사람을 지지한 것으로 확인되면 인사 때 불이익을 받는 게 당연한 분위기이다”며 “선거를 앞두고 누구는 누구사람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서 승진 시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큰 후보에게 줄을 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고위 공무원일수록 더욱 그렇다”며 “능력으로 거기까지 오른 사람이 얼마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지방선거가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공무원들의 본격적인 눈치작전이 시작됐다. 거기에 줄서기는 교묘하고 치밀하게 진행될 것이다. 합천군은 지방선거때마다 줄 서려는 공무원에게 줄 서면 산다가 아니라 줄 서면 죽는다는 엄중한 경고와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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