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헌도서관 건립의 의의(1)
고문헌도서관 건립의 의의(1)
  • 경남일보
  • 승인 2014.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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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 (경상대 도서관장, 한문학과 교수)
지금 필자가 “합천 해인사에는 팔만대장경이 있고, 경상대학교에는 고문헌도서관이 있다”라고 말한다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크게 비웃을 것이다. “어찌 감히 경상대학교 고문헌도서관을 팔만대장경에 비교하느냐”라고. 그러나 1백년이나 5백년이 지난 뒤에 누가 “경상대학교에는 고문헌도서관이 있고, 해인사에는 팔만대장경이 있다”고 하면 세상 사람들이 “경상대학교 고문헌도서관에다 어찌 감히 팔만대장경을 비교하느냐”라고 비웃을 수도 있다. 고문헌도서관을 잘 지어 고문헌 자료를 많이 수집하여 잘 관리한다면. 고문헌 속에는 우리 조상들이 남긴 문화와 지혜가 담겨 있다. 단순히 화석 같은 지나간 시대의 골동품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열어줄 방향을 이 속에서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의 과학기술 수준은 평준화될 것이다. 이런 시대에는 고유한 문화를 가진 나라가 진정한 문화 선진국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고문헌을 너무도 소홀하게 대접하고 천대해 왔다. 1868년 병인양요 이후로 서양 열강 및 일본에 많이 빼앗겼다. 6·25 전쟁으로 많은 양의 고문헌이 잿더미가 되었다. 시골에서 벽 바르고, 간장 독 덮고, 장사들의 떡 봉지로도 사용되었다. 지금부터 한 장이라도 없어지지 않게 잘 보존·연구해 그 속에 든 중요한 내용을 오늘날에 되살리는 것이 우리 후손들의 져야 할 당연한 임무다.

지금 경상대학교에 들어서면 본부 건물 뒤쪽에 공사가 한창인 곳이 있다. 바로 고문헌도서관 공사다. 전국 대학 가운데 최초로 대학 내에 고문헌도서관을 건립하고 있다. 190억여 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지하 1층, 지상 5층(연건평 9171㎡) 규모로 건립하고 있다. 2013년 5월에 착공하여 2015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건물 골조는 이미 다 올라갔다.

경상대학교 고문헌도서관의 건립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늦게 시작함으로 해서 더 좋은 시설과 장비로 전국 최고 수준의 고문헌도서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고문헌도서관 건립 소식을 듣고 각지로부터 경상대학교 도서관에 기증이 쇄도하고 있다. 조선 전기 병조판서를 지낸 장호공(莊胡公) 조윤손(曺潤孫)의 후손인 조동열 씨는 집안에서 5백 년 동안 보관해 오던 귀중한 고문헌 일체를 기증하였고, 또 고문헌도서관 운영에 보태 쓰라고 모친 소유의 땅 약 5천 평까지도 기증하였다.

경상대학교에는 93개의 학과가 있어 각 분야의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이 있는데, 뜻을 하나로 모아 고문헌도서관을 짓는다는 것은 전국 어느 대학에서도 보기 어려운 대단한 일이다. 이 고문헌도서관이 개관하게 되면 경상대학교 도서관은 경남지역 고문헌 수집 및 관리의 중심기관이 될 뿐만 아니라 서울대학교 규장각(奎章閣),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장서각(藏書閣)과 더불어 전국적으로도 이름 있는 한국학 자료의 중심기관으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는 데는 경상대학교의 노력이 첫째로 중요하지만, 경남도민 각자의 노력과 경남도청 및 각 시·군 행정기관의 도움도 절실히 필요하다.

 

허권수(경상대 도서관장·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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