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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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조미료 ‘게’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하다’라는 말이 있다. 마파람이란 앞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뜻으로 맞바람이 변하여 생긴 말이다. 평상시에 게는 두 눈을 밖으로 내어 놓고 한가하게 돌아다니다가, 마파람이 불거나 비가 올 기미가 보이면 두 눈을 재빠르게 몸속으로 감추고 구멍 속으로 숨어 버린다. 이때의 행동이 어찌나 빠른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다. 그래서 음식을 빨리 먹거나 일을 재빠르게 해치울 때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한다’라고 하는 것이다. 또한 옆으로 걷는 걸음을 ‘게걸음’이라 하고, 사람이나 동물이 흥분하여 거품처럼 내뱉는 침을 ‘게거품’이라 하는데 흔히 ‘게거품 문다’라는 관용구로 많이 쓰인다.

‘게’라는 이름을 가진 경위도 참 재미있다. 게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외부로부터 위협을 느끼지 않으면 항상 다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인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 얼핏 보면 꿇어 앉아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래서 꿇어앉을 궤(?)자를 써서 ‘궤’라고 한 것이 ‘게’로 변한 것이다. 한자로는 해(蟹)라 하는데, 이는 해(解)자와 충(?)자를 합한 글자로 그 의미는 껍질을 벗는 동물, 갑이나 다리가 해체되기 쉬운 동물, 혹은 갑옷을 입은 동물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또 비유적으로 옆으로 걷는다고 횡행공자(橫行公子) 혹은 횡행개사(橫行介士), 창자가 없는 동물로 오인한 데서 비롯된 무장공자(無腸公子)라는 재미있는 별명도 있다.

게는 세계적으로 5000~6000여종이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는 170여종, 일본 근해에는 1,000여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놈으로는 양쪽 집게다리를 벌리면 3~4m나 되는 키다리거미게가 있는가 하면, 양쪽 집게다리를 벌려도 1~2cm밖에 안 되는 속살이게도 있다. 우리나라 게로는 영덕을 중심으로 한 동해 남부 해역에서 많이 잡히는 황게와 붉은 대게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황게는 남획으로 지금은 거의 잡히지 않고, 붉은 대게는 아직도 꽤 많이 어획되고 있다. 또한 꽃게는 주로 서해에서, 털게는 동해안 연안에서 많이 잡힌다. 그런데 우리가 잘 모르는 집게와 속살이게라는 종이 있다. 집게는 연안의 빈 고동껍질 속에 숨어서 생활한다. 그래서 집게족 혹은 이미족(異尾族)이라 하는데, 외형은 새우도 아니고 게도 아닌 그 중간형이다. 속살이게는 조개의 외투강 내의 좁은 공간에 붙어살면서 숙주의 외투강에 유입되는 먹이를 먹고 산다. 조개의 입장에서 보면 참 귀찮은 존재다. 이처럼 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자기가 필요한 생활공간을 일방적으로 이용한다고 하여 편리공생(片利共生)이라 한다.

 
 
게는 우리 밥상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식품이다. 된장국을 끓일 때 게 몇 마리를 넣으면 된장국의 맛이 훨씬 더 좋아진다는 것을 주부들은 잘 알고 있다. 이는 게류에는 강한 지미성분인 이노신산(5′-IMP)에 의해 맛의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동시에 글리신(glycine), 알라닌(alanine)과 같은 아미노산, 단맛을 내는 베타인(betaine)과 TMAO(trimethylamine oxide)와 같은 질소화합물, 포도당 및 젖산 등과 같은 맛 성분이 들어 있어, 이들이 뜨거운 물에 우려나면서 천연 조미료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단백질(약 14%)이 많이 들어 있고, 지질 성분은 적어서 담백한 맛을 내면서 게 특유의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영양성분 중 무기질로는 칼슘, 인, 철 등이 풍부하지만 상대적으로 비타민의 함량은 적은 편이다. 그러나 비타민 A의 전구물질인 카로틴의 함량은 많다. 게의 껍질에는 붉은 당근처럼 카로틴이 많으나 평상시에는 진한 녹색을 띠고 붉은색은 표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열을 받거나 조리하면 붉은색을 띠게 된다. 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어 야맹증, 면역력 증강, 뼈대 조직의 발달 및 생식기능 등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비타민 A는 지용성으로 과잉 섭취 시 체내에 축적되어 피로, 권태감, 식욕감퇴, 탈모, 빈혈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리고 게육에는 혈압을 안정시키는 타우린이 많아 동맥경화가 염려되거나 동맥경화에 걸린 사람에게도 적극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게육에는 아연도 비교적 많아 미각기능에 이상이 생기거나 성장 발육이 느린 어린이나 피부에 트러블이 있는 사람에게 좋고, 성 기능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게, 새우와 같은 갑각류의 껍데기에는 키틴(chitin)과 키토산(chitosan)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이 물질은 생활습관병과 만성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매우 유익하다. 생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세포의 노화를 억제하고 세포의 재생을 도와주며 체내의 각 종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면서 생체기능을 원활하게 한다. 구체적인 기능으로는 미생물의 번식억제, 콜레스테롤 저하작용, 고혈압 예방, 항암작용 등을 들 수 있으며, 이 외에도 매우 다양한 생리적 기능이 있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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