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당선인의 덕목과 책무
<이준의 역학이야기>당선인의 덕목과 책무
  • 경남일보
  • 승인 2014.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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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6·4 지방선거 결과 그다지 유의할 만한 이변은 없었다. 세월호 사건이 상당한 충격으로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들을 하였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전국적으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절대적으로 당선된 것은 지금까지의 교육감 당선 추세에 비추어 보아 이변이라면 이변이라 할 수 있지만, 보수와 진보라는 잣대로 표의 향배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몇몇 언론에서는 세월호 사건으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되었다고 말하고 있으나, 표의 향배를 보면 전북, 전남 외에 진보교육감 후보에 과반수를 준 지역은 없다. 따라서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승리한 것은 ‘진보 단합, 보수 분열’ 구도에서 볼 수 있듯 선거 전략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이지 결코 민심의 기본 프레임이 변하여 나타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다만 이들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지향하는 교육 이념들의 영향력(impact)으로 말미암아 앞으로 이들이 교육일선 지도자들로서 활동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에 어떻든 생각하는 사유방식과 정치인식의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기에 차기의 권력을 노리는 자들은 이러한 시대변화의 낌새(幾微)를 간과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여실히 드러났듯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우리나라의 정치지향의 기본구도는 지역색이다. 이제는 지역색이 지역감정과 지역정서를 넘어 프레임을 지나 하나의 법칙처럼 굳어진 느낌이다. 섬진강위로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다리가 몇 개나 놓여도 여전히 경상도와 전라도의 정치색은 다르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가 우리의 정치·문화적 과제가 아닐까 한다.

당선인에게는 아낌없는 축하의 박수를, 그렇지 못한 분들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당선인은 선거기간 중 지역주민들에게 머리 숙이며 마음으로 다가갔던 그 겸손한 각오의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하겠으며, 낙선자들은 보다 겸허하게 다음을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당선인들은 무엇보다 넉넉한 포용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선거기간 중 나타났던 여러 가지 고약한 소리들을 마음속에 꽁하니 담아 두어서는 스스로에게나 지역주민들에게도 더 이상 좋을 것이 없다. 털어버리고 포용하여야 한다. 아직 채 가셔지지 않고 있는 20세기의 분석·비판·투쟁이라는 시대적 찌꺼기를 훌훌 털어버리고 21세기의 지향가치인 통합·포용·상생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구현하도록 저마다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모르고 세 번 속고 알고 다섯 번 속는다’는 옛말이 있다. 몰라서 속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속아 주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의 귀여운 노림수를 몰라서가 아니라 할아버지는 알면서도 눈감고 속아주는 것이다. 어른의 처신이란 그만큼 포용력이 있고 지혜로워야 한다.

주역(周易)에서 4종류의 사람을 말하고 있다. 성인(聖人), 대인(大人), 군자(君子), 소인(小人)이 그것이다. 웬만한 것들은 묻어주고 덮어주며 덕성스러운 감화의 정치를 펼쳐 나가는 것을 성인(聖人)의 정치이다. 가르침보다 삶 자체를, 지시보다 행실을 몸소 보여주며 저절로 따르도록 하는 것을 성인의 정치라 한다. 지식보다 지혜를, 잔꾀보다 넓은 혜안을, 음모와 전략보다 참여와 소통을, 방법보다 서로 어울려 지내는 아우름을 추구한다. 이런 모습들은 이상적 모습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음으로 대인(大人)의 정치이다. 대인을 보면 이로워야 한다.(利見大人) 대인은 천지의 덕과 함께하고, 해와 달처럼 밝고 투명하며, 사시사철 때에 맞추어 시행하고, 귀신과 더불어 사람들의 길흉을 다스린다. 이 역시 현실적으로 바라기 어려운 모습이다.

이미 분석과 투쟁의 시대에 물들어 버린 우리들로서는 이런 성인이나 대인의 경지를 기대한다는 것은 욕심이고 무리이다. 다만 건괘 구삼효의 말처럼 밝고 당당하게 쉼 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그런 모습(君子終日乾乾)의 지도자는 우리 일상에서 기대할 수 있다. 당선자들은 종일토록 노력하는 이런 마음가짐을 끝까지 지켜 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잔꾀와 욕심과 탐욕에 가득 차 음모와 모략을 꾸미며, 다른 이들을 골탕 먹이고 사지(死地)로 몰아넣는 소인배(小人輩)의 정치는 하지 말아야 한다.

당선인들은 최소 자기 입으로, 자기 공약으로 말한 부분들은 임기 내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원론적인 말이긴 하지만 이것이 당선인의 덕목과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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