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과 정신세계의 통섭과 21세기(Ⅱ)
물질과 정신세계의 통섭과 21세기(Ⅱ)
  • 경남일보
  • 승인 201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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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현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산업시대가 무섭게 인간의 정신을 분화시켰듯이, 세계화의 시대는 인간, 정보, 물품이 무섭게 융합하고 있다. 인간의 욕구가 다양해졌으며, 그 실현과정 또한 이전처럼 스탠다드 하지 않다. 소비자는 자신이 지닌 개성에 맞추어 자기 주변을 구성하고 있다. 생산과 소비를 일원화하려는 프로슈머(pro-summer)의 탄생이 그 예이다.

차근차근 예를 들어 보자. 제품의 경우, 기능이 다원화되었다. 칸막이가 침대로 사용되고, 볼펜과 연필이 한데 묶이고, TV와 수납장이 함께 한다. 디지털 기술은 인간의 문서기능과 통신기능을 전체적으로 통합하였다. 이와같이 물품의 기능과 스타일이 교차적으로 융합하고 있다. 식품시장의 경우, 햄버거 식당의 경쟁사는 햄버거 식당이라는 것이 산업시대의 분업적 가르침이었다. 그러나 햄버거 식당의 경쟁사는 도시락일 수도 있다. 시간이 없을 때 먹는 음식이라는 기준에 참여하는 식당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동종제품이 아니라 유사제품을 모두 고려할 수밖에 없도록 생산자들을 유도하고 있다. 휴대전자 기기에 기능을 빼앗긴 시계의 제작회사는 이제 타 시계회사가 아니라 악세사리 회사와 경쟁하게 되었다. 시계는 악세사리로 전락한 것이다. 손목시계도 그렇고 벽걸이 시계도 그렇다. 악세사리의 개념이 없이 현대의 시계는 존재할 수 없다. 가방회사는 신발회사와 경쟁하며, 의자공장은 테이블과 인테리어를 겸업하거나 협업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게 되었다. 영화 및 애니메이션 제작회사는 캐릭터와 공책 및 문구류 제품회사에 의해 교정받고 협업을 한다. 정수기 회사는 제작판매사가 아니라 유통회사로 거듭났으며, 신문사는 자체 미디어 사업단을 통해 교육사업과 융합한다. 신문과 방송의 융합은 대세가 되었다. 지상파, 공중파의 구분이 사라진 방송계는 차별성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쟁을 유도해 문학과 인문학으로부터 자양분을 얻어 가고 있다.

정신세계에 있어서도 이 경향은 마찬가지이다. 철학은 가장 앞서서 해체주의를 탄생시켰다. 기존의 표현과 의미관계를 의심하고 이를 무너뜨렸다. 경제가 심리학이라는 말은 경제학자들간의 정설이 되어 버린 지 오래이다. 이미 경제학은 심리학의 경계를 넘어섰다. 문학은 역사학과 교류한 지 오래되었으며, 이 두 가지 영역이 경영학과 합쳐져 문화콘텐츠학이라는 선구적인 학문을 구성했다. 정치학은 통계분석없이 현장에 나가지 못한다. 사회학도 마찬가지 현상을 보이며, 신문방송계는 이미 정치학과 양적 사회과학에 의해 융합되었다. 정치학과 양적 사회학은 고전 수사학과 융합을 꾀하고 있으며, 수사학은 경영학의 주요도구로 자리잡았다. 경영학은 한편, 브랜드관리론에 의해 대다수의 영역을 넘겨주었고, 브랜드관리론은 문화인류학과 손을 잡았다. 유전자공학은 동양철학과 이미 교류를 시작했고, 인지공학은 철학의 존재론과 교류 중이다.

생물학의 경계 허물기는 가장 대표적이다. 생물학은 이미 농학뿐만 아니라 뇌의학, 인지공학과 같은 소프트공학의 대다수와 협업했으며 유전자공학을 탄생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유전자공학은 곧 사회학과 연관하여 생태사회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법학은 이미 인문학을 토대로 의학, 사회학, 심리학, 생물학에 까지 융합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이 모든 정신세계의 융합은 1990년 이후, 서구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상사가 되어 버렸다. 정신세계에서 벌어진 융합의 경향은 산업시대 분업적 기술의 수준을 의심하고 있다. 21세기 인간은 대량생산의 시대 이후 변해버린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전공형 인간사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고 있다.
권일현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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