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與도지사·의회 ‘험로’ 예고
진보교육감-與도지사·의회 ‘험로’ 예고
  • 연합뉴스
  • 승인 201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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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홍준표 지사…도의회엔 새누리 포진
무상급식 확대 등 파트너십 관계 정립 난항
6·4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13명의 진보교육감을 배출한 가운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인 박종훈 경남교육감 당선인이 새누리당 소속 도지사, 새누리당이 장악한 도의회와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 주목된다.

휴일인 8일에도 박 당선인이 새로운 경남교육을 선보이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파트너십이 필수적인 경남도·경남도의회와의 순탄한 관계 정립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홍준표 도지사가 지난 2년간 보여준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과 ‘강성·귀족노조’ 공격, 보수진영의 ‘아이콘’을 자처하는 듯한 행보 등에 비춰 대권도전과 맞물려 진보교육감과 전교조를 향해서도 강성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55명을 뽑는 경남도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소속 당선인이 무려 50명으로 전체의 90.9%를 차지, 경남도는 물론 도의회에서도 진보교육감의 ‘우군’은 찾아볼 수 없다.

나머지 5명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2명, 노동당 1명 등 야당 소속은 3명에 불과하고 2명은 무소속이다.

이에 따라 진보교육감이 지휘하는 경남교육정책 가운데 경남도 협조나 예산 지원이 필요한 경우 사사건건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인 현안은 무상급식 확대 문제다.

박 당선인은 방사능까지 차단하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홍 지사는 학교 급식은 기본적으로 교육청 업무여서 교육청에서 급식 적용 대상과 범위를 정하면 그에 따라 5대 5 비율로 지원하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 경남도교육청은 올해 무상급식 예산 1천644억원이 필요하다며 교육청 493억원, 경남도 493억원, 시·군 658억원으로 30%, 30%, 40%의 비율로 분담하자고 했으나 경남도는 교육청 예산을 50%로 늘리고 경남도와 시·군 부담은 줄이자고 했다.

이에 따라 올해 무상급식 예산은 1천31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줄어든 무상급식 예산을 회복하고 연차적으로 확대하려면 박 당선인이 홍 지사와 경남도의회를 설득해야 할 숙제을 안고 있는 셈이다.

박 당선인은 “경남도에서 당장 지원하지 않는 무상급식 예산을 교육청에서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최대한 재원을 모으는 데 노력하고 중앙정부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규정한 학교급식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강력하게 요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남도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정해진 예산대로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수밖에 없고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하는 것은 어렵다”며 “새 교육감의 의중을 들어봐야겠지만 현 지사가 5대 5의 비율을 고수하기 때문에 그 이상 지원은 어렵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에게는 홍 지사가 전국 광역단체장 가운데서도 특히 진보세력을 철저히 경계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부분도 적잖은 부담이다.

홍 지사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통합진보당 강병기 도지사 후보와 TV토론을 거부해 과태료 400만원 처분을 받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종북정당’ 논란으로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 심판이 청구된 진보당 후보와는 TV토론을 할 수 없다며 “국정에 대한 공동책임이 있는 집권 여당 후보로서 정부가 해산심판을 청구한 정당의 후보와 토론하는 것은 자기부정이 된다”는 논리를 폈다.

박 당선인은 정부가 법외노조로 규정한 전교조의 경남지부 사립위원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홍 지사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홍 지사가 대권을 염두에 두고 진보교육감과 갈등 국면을 조성하면서 보수세력 결집을 계속 유도한다면 박 당선인이 교육혁신 정책을 펼치기에 앞서 색깔론 시비에 휘말릴 소지도 없지 않다.

홍 지사는 이번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5일 당선증 교부식에도 참석하지 않아 진보교육감 당선인과의 만남은 불발됐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듯 박 당선인은 최근 경남도와 도의회에 접근하는데 신중하고도 보다 세련된 태도 변화를 언급했다.

그는 “본인이 외부에 있었던 때와 달리 교육감이 되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별나게 싸움닭처럼 행동하지 않고 경남교육을 짊어진 행정책임자로서 말과 행동을 신중하게 하면서 홍 지사와 의회를 상대로 설득할 부분은 설득하고 이해를 구할 부분은 이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홍 지사도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는다며 ‘척당불기(倜人+黨不羈ㆍ기개가 있고 뜻이 커서 다른 사람에게 얽매이거나 굽히지 않음)’를 내세우다가 최근엔 도정이 어느 정도 정상화됐다고 보고 도민과 함께 즐거운 도정을 만들어간다며 ‘여민동락(與民同樂)’을 강조하고 있다.

보수 도지사와 진보 교육감이 공존하면서 경남도정과 경남교육을 동반자적 발전관계로 이끌어 새로운 파트너십을 보여줄 것인지, 여전한 색깔론으로 불편한 관계를 이어갈 것인지 도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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