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의 눈물
결혼이주여성의 눈물
  • 경남일보
  • 승인 2014.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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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거창경찰서 정보외사, 경위)
어느 날 경찰서로 전화 한통이 걸려 왔다. 필리핀 이주여성이 가게 전세문제로 상담할 것이 있다며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누구한테도 도움을 요청할 줄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다 다문화 업무를 맡고 있는 경찰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이다. 이 이주여성은 남편 명의로 되어 있는 가게에 임차인이 가게영업을 하고 있는데 계약기간도 만료되고 보증금도 지급했는데 가게를 비워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화상 이주여성의 발음이 분명치 않아 정확한 내막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만나기로하고 이주여성이 자주 모이는 다문화 과일가게로 나갔다. 다문화가정 이주여성이 운영하는 과일가게 앞에 서 있는 그녀의 얼굴은 생활에 찌든 표정으로 멀리서 봐도 단박에 알아 볼 정도로 확연했다.

근심으로 가득 찬 이주여성은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어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먼저 앞섰다. 우선 상담을 하기로 하고 차근차근 상담에 임했다. 이주여성은 애로사항을 실타래 풀어내듯이 술술 풀어 놓으며 10년 넘은 한국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가족으로는 나이 든 시아버지(90)와 혈액투석을 하고 있는 남편, 세 살 된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며느리도 하기 어려운 치매 시아버지 봉양과 남편 수발, 딸 양육으로 어렵고 힘겹게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번듯한 집을 놔두고 5층 옥탑방에 살며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며, 특히 여름철이 되면 더위에 시달려 더더욱 힘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가정사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주여성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코리아에 대한 희망, 가족을 이루어 한번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로 한국생활을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원망인 것 같다.

고향을 떠나 타국으로 시집와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필리핀 이주여성은 낯선 언어와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 생활, 풍습 등 문화 차이로 많은 불편함을 겪었지만, 이제는 이런 불편함도 극복해야 할 처지다.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다문화시대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피부색이, 언어가, 문화가 달라 이들을 차별대우한다거나 편견을 두어서는 안 될 것이며, 국민의 한 구성원으로서 받아들일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앞으로 함께 나아갈 동반자로서 예전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은 과감히 청산하고 누구나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평등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필리핀 이주여성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에 정착해 생활하고 있는 이주여성 모두에게 조그만 관심과 배려를 가져준다면 이주여성의 코리아에 대한 꿈은 반드시 이루게 될 것이다. 외국인의 가정이 이제 한 가정을 이루고 한 사회를 이루는 사회의 중심축이 형성되었으며 이주여성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성숙된 국민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 이웃과 함께 더불어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모두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동훈 (거창경찰서 정보외사,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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