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슬픈 사회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슬픈 사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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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태 (경상대학교 축산학과 교수)
최근 우리 사회는 운동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 졌다. 성공한 인생을 위해서는 돈이나 명예보다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건강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건강 마니아도 늘고 있다. 하지만 운동중독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나치게 운동에 치중하는 삶은 바람직하지 않다. 건강은 성공한 인생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어야 하는데, 그 수단이 목적과 전도되면 좋지 않다는 말이다.

현미밥 채식도 마찬가지다. 음식을 먹는 목적은 영양을 섭취하고 맛을 즐기기 위함이다. 양질의 영양성분을 갖추고 맛있는 고기를 먹는 육식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다. 그런데 근래 인스턴트 가공식품 등의 저급 영양이 넘쳐나는 바람에 비만과 성인병이 사회문제가 되자 영양이 턱없이 부족하고 맛없는 현미밥 채식이 건강식으로 알려지게 됐다. 그 결과 건강을 위한다는 사람들이 영양은 부족하고 맛도 없는 현미밥 채식을 마치 약을 먹듯이 견디며 먹는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

이처럼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면 웃기지만 슬픈 일들이 벌어진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를 보고 있자면 이런 웃기지만 슬픈 일들이 자주 목격된다. 대부분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어 발생한 경우다. 어떤 사회의 조직이나 제도는 특정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조직이나 제도를 위해 사용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조직의 안위가 원래 조직의 존재 목적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셈이다.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모습은 위기의 순간에 쉽게 나타난다. 특히 권력은 그 특성상 위기의 순간에 진면목이 저절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정치인들은 권력을 사회정의 실현이나 복지사회 건설을 위한 수단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라와 국가를 위해 뭔가 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면서 국민들에게 그 힘을 달라고 읍소한다. 그러나 일단 권력이 손에 잡히면 권력의 유지가 우선순위 1위가 되고, 그것을 위해서는 뭐든지 하는 웃기지만 슬픈 일이 발생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나라 정부와 여당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이와 다르지 않다. 최근 대통령은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표를 반려하고 ‘경질 총리 유임’이라는 기발한 결정을 내렸다. 반면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선언에 참여한 교사 284명 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정 총리가 사표를 낸 것은 세월호 참사에서 보인 정부의 부실대응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였고, 교사들은 정부의 부실대응에 대한 책임을 대통령이 지라고 한 것이었다. 그러나 권력의 위기 앞에서 국민들에게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눈물을 흘리고 무릎을 꿇었던 정부와 여당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권력의 유지를 위해서는 뭐든지 하는 모습만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권력을 잡은 자들은 권력의 원래 목적을 항상 욕망하길 바란다. 국가와 나라를 위해, 사회정의 실현과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권력을 잡았음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국민들은 권력의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모습을 지겹도록 보아왔고, 이제 그만 지쳐있다. 행복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지 돈을 벌기 위해 행복을 버려서야 되겠는가? 인생의 성공을 위해 건강해야지 건강이 인생의 목적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따라서 왜 돈을 벌려고 했는지, 왜 건강을 지키려고 했는지, 왜 권력을 잡으려고 했는지, 그 원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늘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주선태 (경상대학교 축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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