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정신과 의리교육
선비정신과 의리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4.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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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 (진주동명고 교감)
선비는 전통사회에서 학식과 인품을 갖춘 사람에 대한 호칭으로 특히 유교이념을 구현하는 인격체나 신분계층을 가리켰다. 이 선비들의 생활은 매우 엄격한 규범을 지니고 있었는데, 관직에 나가면 위로 임금을 섬기고 아래로 백성을 돌보는 정치를 담당하고, 물러나 산림에 은거하여도 도를 강구(講究)하여 실천하는 임무를 수행했으며, 유교적 도덕규범을 실천하는 사표로서 대중들을 교화하는 사회적 책임을 졌다. 선비는 일평생 학문을 중단하지 않았으며, 그 학문의 성격은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도리를 체득하고 실천하여 전인적 성취를 목표로 했다. 특히 이 선비가 지향하는 핵심적 가치는 세속적 이익이 아닌 인간성에 바탕한 ‘의리’(義)였다.

근자에 ‘의리(으리)’가 유행이다. 의리는 사회 규범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곤경에 처한 이웃이나 친구를 스스럼없이 돕는 마음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신의(信義), 도리라고도 한다. 이 ‘의리’가 우리사회에서 조폭의 전유물이 된지는 오래되었고 최근엔 배우 김보성의 의리 광고가 입에 오르내리고 숱한 패러디도 양산했다.

의리(義理)의 철학적 의미는 사람이나 인간관계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 중 하나로, 사회적 인간이 주어진 지위에 따라 마땅히 행해야 하는 바의 도리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그래서 실천 유학자 남명은 그의 패검명에서 ‘안으로 마음을 밝히는 것은 경(敬)이요, 밖으로 행동을 결단하는 것은 의(義)’(內明者敬, 外斷者義)라고 했다.

의리사상은 인간의 내면적 보편성에 근거하여 현실에서 마땅함을 실천하는 사상으로, 그 실천을 위해서는 확고한 자기 인식이 전제된다. 자기 주체에 대한 참된 인식은 자아에만 머무르지 않고 만인과 소통될 수 있는 보편적인 세계가 있기 때문에 타인과 공존할 수 있는 경지가 있다. 아울러 의리의 주체의식은 불의에 항거하는 원동력이나 국난을 극복하는 민족의 정기가 될 수도 있다.

의리를 실천 덕목으로 삼았던 선비는 전통사회에서 지성인으로 인식되었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이념적 지도자가 될 수 있다. 현대적 선비상은 세속적 욕구에 매몰되지 않고 높은 이상을 지향하는 가치의식과 신념의 실천을 위한 불굴의 용기가 요구된다. 또한 자신의 과오를 반성할 줄 아는 성찰자세와 사회의 다양한 계층을 통합하고 조화시키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선비는 신분적 존재가 아닌 인격의 모범이요, 시대의 양심으로서 인간의 도덕성을 개인 내면이나 사회질서 속에서 확립하는 인격체가 되어야 한다.

요즘같이 혼란스러운 우리사회에서 진정한 필요 덕목을 배양하는 방법으로 선비정신의 함양과 의리교육의 확대만큼 절실한 것이 없다. 특히 그 선비정신과 의리사상은 물질과 탐욕의 시대, 인간성과 책무성이 실종된 이 시대를 새롭게 개조할 수 있는 정신적 코드가 될 수 있기에 학교 현장에서는 ‘으리’가 아닌 정확한 발음과 참된 의미를 살리는 ‘의리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

문형준 (진주동명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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