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와 교육 정상화의 길
세월호 사고와 교육 정상화의 길
  • 경남일보
  • 승인 2014.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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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욱 (경상대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교수)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90여 일이나 지났다. 금세 잘 망각하는 국민성이라고 하지만, 이번만큼은 이 사고가 우리에게 남겨준 의미와 교훈을 잘 되새겨야 하리라고 본다. 그래야만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일어교육과 출신 유니나 선생님을 비롯하여 이번 사고로 희생당한 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고의 수습과정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여러 감정이 교차하였다. 선장 이준석과 선원들, 그리고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일가의 행태에서 분노를 느꼈고, 이른바 관피아, 해피아 등의 유착과 비리에 대해서는 그 정도로 심각했던가 하는 생각에 강한 절망감을 떨칠 수 없었다. 또한 그들과 같은 기성세대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그러나 한편으로 안산 단원고 선생님들과 박지영 씨를 비롯한 몇몇 의인들의 자기 희생적 행동에서 그나마 위안을 얻고 또 한 가닥 희망을 보았다.

특히 세월호에 동승한 단원고 교사들은 하나같이 자기 제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스스로 생명을 과감히 던졌다. 그리하여 살아남은 학생들은 “선생님은 아무도 우리를 버리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행동은 진한 감동을 안겨 주었다. 이러한 감동은 이번 사고가 한국인의 자아정체성에 초래한 트라우마를 효율적으로 치료하는 치료제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선량한 대다수 국민들이 다시 희망을 품고 각자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 주었던 것이다.

위기상황에서 이들 단원고 교사들이 보여준, 선장 및 선원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살신성인의 행동은 특히 사범대학에 몸담고 있는 이들에게는 남다른 감사의 마음으로 와 닿았다. 우리 선생님 대부분은 누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도 십중팔구 단원고 선생님들처럼 행동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더욱더 그러하였다. 그렇지만 이러한 감사와 확신의 감정은 현재 우리 교사들이 처한 불충분한 여건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앞으로 선생님들이 교육자로서의 길에 매진하도록 하자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마침 국가개조 차원의 개혁이 강조되는 마당에 교사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데 사범대학 교수로서 무엇을 건의해야 할까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수한 인재들이 사범대학 혹은 교육대학 졸업 후 임용고사를 거쳐서 교직에 진출하지만, 이들이 교육자로서의 긍지를 가질 수 없도록 하는 가장 큰 요인은 교육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근무환경에 있다고 본다. 특히 각종 잡무에 발목을 잡히다 보니 수업준비 및 교재연구에 전념할 수 없고, 학교폭력 예방차원의 인성교육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교직에 실망하여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교사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잘못된 풍토가 아닐 수 없다.

교사들의 자부심과 긍지야말로 학교 인성교육, 공교육 정상화, 그리고 의로운 행동의 사회적 확산을 위한 정신적 기반이다. 우리 선생님들이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자기 할 일을 다 하도록 하는 것은 이번 단원고 의인(義人) 선생님들에 대한 보상을 넘어서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을 바로잡는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여기서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잡무의 획기적인 경감 외에도 한 가지 더 건의한다면, 그것은 교사들의 연구역량을 높이고 발휘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이들이 교육뿐만 아니라 연구에도 본격적인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창의·인성교육을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이고 행정적인 뒷받침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이상의 두 가지 사안은 교직을 정말 매력 있는 직업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데 있어서 충족시켜야 할 가장 긴요한 최소한의 선결과제라고 본다. 따라서 교육당국은 이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확실하게 이행해 줄 것을 강력히 건의하고자 한다.
 
손병욱 (경상대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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