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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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켄 공업과 마츠우라 모토오 회장
마츠우라 모토오(松浦元男)는 1935년 나고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 미군의 공습을 피해 마츠에 시로 피난 갔다가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다시 나고야로 돌아와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도요하시의 고등학교에 복학하고, 곧 아이치 대학 법경학부에 입학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5년간의 직장 생활을 거친 뒤 1965년에 정밀 소형 플라스틱 부품 제조 회사인 주켄공업을 설립했다. 주켄이라는 이름은 수지(樹脂), 즉 플라스틱의 주(樹), 연구(硏究)의 켄(硏)의 합성어로 '플라스틱을 연구하여 최고의 제품을 제조해내는 회사'라는 의미이다.
주켄공업은 오일 쇼크 당시의 1973년에 무게 1그램의 정밀 톱니바퀴를 개발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이후에도 부품의 미세화 기술에 대한 투자와 지속적인 기술축적을 통하여 1999년에는 무게 10만분의 1그램의 작은 톱니바퀴를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또한 3년 뒤인 2002년에는 세계 최초로 100만 분의 1그램, 직경 0.147mm의 초미세 플라스틱 톱니바퀴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이 기술은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는데 너무나 미세하여 아직 실용화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어느 회사에서도 만들 수 없는 제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켄 공업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금형분야에서 초정밀가공의 최고기술을 선보이는 데에 성공함으로써 그 광고효과는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것이었다. 주켄 공업의 경영 이념은 '극한을 쫒아 한계를 극복한다.'인데 마츠우라 사장은 '세계 최초' 혹은 '세계 제일'의 광고효과는 절대적이라고 강조한다.

기술력을 인정받게 되면서 주켄공업의 거래처도 크게 바뀌게 되었는데 90년대 후반까지는 가전 업체들이 주요 거래처였지만 지금은 자동차부품 업체가 중심이 되고 있다. 앞으로는 자동차 분야에서의 수요와 더불어 광학,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에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비하여 지난 2004년에 이미 1 나노미터(nm - 10억분의 1m를 가리키는 단위로 대략 성인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됨)의 초정밀자유면가공기(超精密自由面加工機)를 도입하였고 내진구조로 설계한 새로운 공장도 완성한 바 있다. 이때 주켄 공업이 설비투자에 투입한 총액은 5억 엔으로 연간 매출액 28억의 회사로서는 사운을 건 과감한 도전이었다고 평가받는다. 나노기술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함께 광학 분야에도 도전하여 마이크로 머신이나 의료기기 사업으로도 사업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주켄 공업은 초정밀·초소형 기술로도 유명하지만, 마츠우라 회장의 독특한 경영방식이 더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매년 사원을 채용하지만, 빈자리가 생기면 선착순으로 채용한다. 필기시험이나 면접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이는 일반적인 기업의 채용 절차가 실제로는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응모자의 90%는 지방의 공업고등학교 출신. 다른 회사에서는 채용을 꺼리는 외국인이나, 불량소년 출신도 적지 않다. 마츠우라 회장은 "시험만으로는 진정한 인간을 평가할 수 없다. 선착순이 가장 합리적이다. 이런 방식으로 채용해도 쓸모없는 사람은 한 명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출근부는 없고, 잔업 때만 신고한다. 지각하거나 조퇴를 해도 월급이 깎이진 않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종업원 교육은 철저하게 선배가 후배를 지도하고, 후배가 선배에게 복종하는 방식의 이른바 도제식(徒弟式)으로 이뤄진다.
 

1970년대 일본 중소기업 가운데 최초로 주5일제를 실시하였다. 출장정산은 신용카드 대금 명세서로 가늠한다. 정년은 없고, 70세를 넘겨서 일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원칙적으로 종신고용이다. 숙련된 기술자가 그만두면 그만큼 회사의 손실이라는 게 마츠우라 회장의 지론이다. 한국과 중국 등 해외에 14개의 합작회사가 있지만, 계열사 간의 거래는 구두 약속뿐이고, 계약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선의와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안심하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 마츠우라 회장의 인본주의 경영철학이다.
/경상대학교 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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