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내려놓기 용두사미로 끝나선 안된다
특권내려놓기 용두사미로 끝나선 안된다
  • 김응삼
  • 승인 2014.08.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응삼 (서울취재부장)
정치인들의 음성적 정치자금 모금 통로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아온 출판기념회가 최근 검찰의 ‘사정 태풍’으로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가 세간에 주목받는 것은 입법 로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이 대여금고에서 나온 억대의 현금을 출판기념회 때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다.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에 집중된다. 이를 전후해 국회의원회관 게시판에는 의원들의 출판기념회를 알리는 포스터가 빼곡히 붙는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300명 중 192명이 2011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279회의 출판기념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 기간에 국회의원 3명 중 2명이 한 차례 이상 출판기념회를 가졌고, 한달에 6.5회꼴로 사실상의 정치자금 모금행사가 열렸다.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폐해는 오래 전부터 심각했다. 대부분의 정치인 출판기념가 공공기관이 대상인 국정감사나 정기국회 전후로 열리는 이유가 딴 데 있지 않다. 관련 기관이나 업계의 로비 창구가 되고 있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보통 의원들은 한번 출판기념회를 열 때 1∼3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알짜 상임위 소속 의원이나 중진 의원은 10억원대 수익을 올린다는 말이 파다하다. 정치자금법상 의원은 연간 1억 5000만 원까지 후원금을 받을 수 있다. 후원금은 내역 공개, 영수증 발행, 선거관리위원회 신고 및 회계 감사 등이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지만 출판기념회의 수익금은 후원금과 달리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거나 공개할 의무가 없다. 여야 정치인들이 따가운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앞다퉈 출판기념회를 여는 까닭이다.

정치권은 수 차례 특권 내려놓기 메뉴로 출판기념회 개선을 들고 나왔지만 정작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출판기념회는 분명히 정치자금법 위반이고 탈세이다. 이것이 법의 사각지대”라며 “선출직 의원이나 로비를 받는 대상에 있는 고위공직자들은 출판기념회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선관위에서 이런 사각지대 출판기념회 문화를 없애고자 빨리 법 조치를 해주길 부탁드리고 나도 이 부분에 대해서 개선책을 내놓도록 당에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황우여 전 대표는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출판기념회를 하면서 정치자금법을 회피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2월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횟수 제한(4년 임기 중 2회)과 국정감사, 정기국회, 선거 기간 중 출판기념회 금지를 골자로 한 ‘출판기념회 준칙안’을 내놨다. 여기에는 소속 상임위 관련 단체에 초청장 발송을 금지하고, 선관위의 감시와 감독, 실사, 사후정산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출판기념회 규제 법안까지 내놨다. 김한길 전 대표는 “출판기념회 비용과 수익을 선관위에 신고해 관리·감독하겠다”고 했고, 책 정가 판매와 수입·지출 선관위 신고 등의 내용을 담은 ‘국회의원윤리실천특별법’이 당론으로 발의됐다. 여야가 이 같은 약속을 해놓고도 특권 내려놓기에 소극적인 것은 애초 치외법권적 기득권을 포기할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당 소속 의원들 상당수는 출판기념회를 열었고 혁신을 하겠다던 지도부는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 의원들은 2004년 ‘오세훈법’에 따라 연간 1억 5000만 원(선거가 있는 해엔 3억 원)으로 묶인 후원금으론 의정 활동이 어려워 출판기념회 개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출판기념회를 무조건 제한하기보다는 신고 의무가 있는 후원금 한도를 현행 1억 5000만 원을 현실적인 금액으로 양성화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출판기념회가 단순히 편법적인 정치자금 조달 창구만이 아니라 입법로비 창구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이상 정치권이 더 이상 뒷짐만 지고 있을 일이 아니다. 정치자금법과 연동해 출판기념회 수익금 신고ㆍ공개 의무화 등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며 이번 만큼은 용두사미로 끝나선 절대 안된다.

 

김응삼 (서울취재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