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만 같아라
한가위만 같아라
  • 오태인
  • 승인 2014.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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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인 기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옛 사람들이 추석을 표현한 글이다.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찌는 듯한 무더위는 한풀 꺾이고 파란 하늘을 지붕 삼은 들녘에는 벼들이 점점 고개를 숙여 간다. 과수들도 잘 여물어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사람들의 손을 기다리고 있다. 풍요로운 결실에 감사하며 조상을 기리고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는 추석은 소중한 명절이다. 비록 고향 가는 길이 힘들기는 하나 기다리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한가위만 같아라’ 했는데 이번 추석을 맞는 국민들의 마음은 여느 해 같지 않을 것이다. 가족 간의 정을 나누는 것도, 고향길을 가는 것도 즐거운 것이 아니라 씁쓸하고 편하지 않다. 불안정한 사회상황만큼 이번 한가위는 불편함 속에서 보내야 할 형편이다. 세월호의 아픔도 채 다 가시지 않았고, 그 때문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정치권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아픔을 보듬어 주기는커녕 마음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 가을 폭우로 집을 잃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도 생겨난 상황에서 사회적 갈등과 대립은 봉합의 기미조차 보이질 않고 있다. 이러한 갈등과 대립으로 추석을 맞이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국민들 모두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한가위를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마음만은 누구나가 풍요로운 한가위가 되어야 한다. 불안정한 사회상황이지만 아픔을 가지고 있고 소외된 이웃은 더 외롭고 서러울 것이다. 특히 이번 한가위는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한껏 받들어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의 손을 한 번 더 잡아주고 마음을 헤아려 줄 때다. 특히 올해는 우리들 주위에 큰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온가족이 모여 사랑과 정을 나누고 조상의 은덕에 감사하는 것은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위로와 힘을 준다. 어려운 때일수록 가족사랑은 세상을 살아가는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하늘에 둥실 떠오를 보름달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연휴를 보내고, 희망과 용기를 마음에 담아 다시 생활현장에 돌아올 수 있는 그런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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