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차례상
  • 박도준
  • 승인 2014.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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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준 (편집부장)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추석을 빈손으로 맞이해야 하는 노동자가 늘었다.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에 따르면 관할지역 내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1796명에 이른다고 한다. 경기불황에 차례상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졌다. 차례상 비용이 20만원 안팎으로 서민에게는 부담스럽다.

▶조선시대 가장 많은 왕비를 배출한 파평 윤씨 노종파의 경우 제철 과일 셋과 나물, 밥과 맑은 국, 어포와 육포를 차례상에 올린다고 한다. 조선 중기 문인인 명재 윤증은 ‘제상에 손이 많이 가는 화려한 유과나 전을 올리자 마라. 훗날 못 사는 후손이 나오면 제사도 부담이 될테니 간단히 하라’는 유언에 따른 것이다.

▶시절에 따라 차례상을 다루는 언론들의 보도 내용들을 살펴보면 1970년대 초까지 단출하게 차리다가 1970대 말에 상차림이 많아지더니 1980년대 후반부터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제물이 많아졌다. 삶과 먹을거리 협동조합 ‘끼니’의 한 조합원은 “언론이 전통과 거리가 먼 과소비만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1980년대 이후 신문과 잡지 등에서 표준 상차림을 만들고 과소비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차례는 말 그대로 조상님께 차를 올리는 가벼운 예절이다. 과하게 차리다 보면 먹지 못하고 버리는 음식들도 많이 발생한다. 추석을 지나고 나면 주부들이 남은 음식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차례상은 실용적으로 차리고, 여력이 남으면 그늘진 이웃들을 돌아보는 훈훈한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이웃를 살피는 것은 음덕(陰德)을 쌓는 것이고 음덕은 음식물처럼 상하지 않고 오래간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 말처럼 우리 모두 따뜻한 명절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도준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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