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종 교수의 의학이야기
박기종 교수의 의학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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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 몸이 서서히 굳어 가나요?
최근 인터넷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유명인사들이 얼음물을 뒤집어 쓰거나 기부를 하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이다. 이 운동은 2014년 여름부터 미국의 ALS협회에서 ALS환자들을 위한 기부금을 마련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운동으로 벌써 1억달러 이상을 모았다고 한다. ALS는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의 줄임말로서 우리말로는 근위축측삭경화증으로 불리지만, 일반인에게는 1900년도 초반 뉴욕 양키스의 4번타자 루게릭의 이름을 붙인 루게릭병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루게릭병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에서 모리교수가 앓았던 병이고, 수년전에 국내에서 개봉한 “내사랑 내곁에”라는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앓았던 병이다.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를 해석하면 A는 없다는 뜻이고, myo는 근육, trophic는 영양을 뜻하기 때문에 그대로 해석하면, 근육에 영양이 없다는 뜻이다. Lateral은 뇌에서 시작한 운동신경 경로가 내려오는 피질척수로가 위치하고 있는 척수의 가쪽을 의미한다. Sclerosis는 경화 혹은 단단하다는 뜻으로 신경이 돌덩이처럼 단단해진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종합해서 해석하면 중추신경계의 운동신경경로인 피질척수로가 있는 척수의 가쪽이 퇴행성 변화로 인하여 신경이 돌덩이처럼 단단해지면서 기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하여 근육이 영양공급을 받지 못해서 근육이 쇠약해지고 줄어든다는 뜻이다.

루게릭병은 미국에서는 1년에 십만명당 1.2-4.0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5-10%정도는 유전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발병원인으로는 유전적요소와 환경적 요소가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되었지만, 일부 유전자외의 환경적인 요소들은 연관성을 확실하게 밝히지 못하였다. 이 질환은 감각계의 침범없이 운동계의 장애가 우선되기 때문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우선인데, 손 혹은 혀를 포함한 후두부 근육에서 대개 먼저 시작한다. 그래서 처음 증상으로는 손가락의 힘이 빠져서 젖가락질이 어렵거나, 물건을 잘 떨어뜨리거나, 물건을 잡을 때 힘이 없다고 하거나, 상지를 들어 올리기가 힘들다고 하거나, 말을 할때 발음이 부정확하고 음식을 삼킬 때 사래가 잘 걸린다고 병원을 방문한다. 임상양상과 근전도 검사를 통해서 진단을 하게 되는데, 다른 질환과 감별하기 위해서 경부 자기공명영상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임상양상으로는 힘이 빠지는 소견외에도 엄지와 검지 사이의 근육위축이 관찰되고, 사지 근육에서 연축(운동을 심하게 하고난 후 근육이 떨리는 현상과 같은 현상)이 관찰되고, 혀근육의 위축과 떨림 현상이 관찰된다. 초기에는 뇌졸중으로 오인하거나 근전도 검사에서도 국소적 말초신경 마비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경험 많은 신경과 의사를 통해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지가 점차로 가늘어지고, 걷는 것도 힘들어지면서 침대생활을 하게 된다.



루게릭 칼럼 혀
혀의 연축과 근위축이 발견되면 루게릭병을 강력히 의심할 수 있다.
그림. 혀의 연축과 근위축이 발견되면 루게릭병을 강력히 의심할 수 있다.



이병은 진단 받고 나서 3년 이내에 많은 수가 사망하고, 90%정도가 5년 이내에 사망한다. 그러나 드물게 수십년을 유지하기도 하는데, 전동휠체어를 타고 기계가 만들어 내는 목소리로 꾸준히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스티븐 호킹 박사가 그 예이다.

치료는 오래전부터 개발된 riluzole이라는 약물을 사용하는데, 수개월정도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최근 국내에서 줄기세포 약물이 허가되었는데, 이에 대한 효과도 증상을 호전시키기 보다는 경과를 완화시키는 수준이다. 따라서 주로 보존적 치료를 하게 되는데, 삼킴장애로 인한 영양부족을 보충해주기 위해 위루술을 시행하고, 호흡장애를 보조해주기 위해 인공호흡기를 부착하고, 욕창방지와 근관절의 굳음 방지 등의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다학제치료가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암을 치료하듯이 전문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심리치료사, 언어치료사, 신경과, 재활의학과 의사 등이 함께 모여서 의논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다학제 치료를 통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의식이 또렷한 상태에서 연명기구들을 달고 눈만 깜박이고 있는 환자를 바라 보면서 국내에서도 아시스 버킷 챌린지 같은 모금운동이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경상대학교병원 신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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