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게임
아시안 게임
  • 경남일보
  • 승인 2014.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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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인천 아시안게임이 중반에 접어들었다. 준비 과정에서의 과도한 재정적 부담과 진행과정상의 일부 미숙함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하였지만 평작은 되는 모양이다. 1986년의 서울 아시안게임과 2002년의 부산아시안 게임에 이어 세 번째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아시안게임이다. 1986년의 아시안게임에는 북한의 김포공항 폭탄 테러가 있던 가운데 치러졌고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은 한일 공동 월드컵의 여운이 채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치러졌었다.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 역시 세월호 사고로 인해 정치와 사회가 모두 뒤숭숭한 가운데 치러지고 있는 것이다.

필자에게 아시안 게임에 대한 첫 번째 기억은 1970년 제6회 방콕 아시안게임부터였다. 당시 시차로 인해 밤늦게 중계되던 우리나라 선수들의 구기종목 라디오 중계에 귀 기울이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이라 왜 경기를 이렇게 밤늦게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던 기억이 필자로 하여금 혼자 미소 짓게 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제6회 아시안게임은 당초 대한민국이 개최신청을 하였다가 경제적 사정으로 개최를 반납하여 방콕에서 다시 개최된 대회였다.

제1회 대회였던 뉴델리 아시안게임에는 한국동란 때문에 참가치 못했던 우리나라는 2회 대회인 1954년 마닐라대회와 1958년의 도쿄대회에서는 종합 3위를 기록하였고 5회와 6회 대회에서는 일본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였으나 1974년 테헤란대회에서는 주최국인 이란과 아시안게임에 처녀 출전한 중국에 밀려 4위를 기록하였다. 그 후 1978년 다시 방콕에서 개최된 8회 대회부터는 한국과 일본 중국의 스포츠 삼국지가 전개되는 가운데 1982년 뉴델리대회부터는 일본이 아시아 스포츠의 맹주 자리를 중국에 양위한 가운데 1986년의 서울대회에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하여 2위를 차지하면서 2위 자리를 놓고 한국과 일본이 각축을 벌이다가 이제는 우리나라가 하계와 동계 올림픽에서조차 일본의 성적을 능가하는 스포츠 강국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경제적인 사정에 의해 개최권을 반납하였던 시절에 비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의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우리의 급속한 변화는 비단 스포츠 분야뿐만 아니다. 국제사회에서는 APEC 정상회담과 G20경제정상회담을 개최한 바 있고 인터브랜드에서 매년 선정 발표하는 글로벌 브랜드 100에 삼성이 일본의 토요타와 소니를 제치고 8위를 기록하는 등의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으며 국민들의 소비수준과 해외여행, 레저 생활수준 또한 괄목 그 이상의 지경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독 우리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모든 이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이 우리의 정치 수준이다. 문민정부시절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우리의 국민 수준은 일류, 기업은 이류, 정치는 삼류라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 수준은 그 당시 수준에서 더욱 퇴보하였다는 것이 필자의 솔직한 인식이다. 이는 비단 국회로 대칭되는 중앙정치뿐만 아니라 풀뿌리 민주정치라고 애칭하는 기초 지방자치까지를 모두 아우른다. 우리의 정치에서는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정도전에서의 왕은 백성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외침이나 서양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같은 말은 아예 기대조차 난망하다.

냉철하게 생각해보면 우리의 한심한 정치 수준은 단지 정치인들의 책임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삼권분립이 엄연한 민주국가이고 대한민국 건국 후 첫 번째 선거 때부터 여성들에 투표권을 부여한 앞선 민주제도를 갖추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운용의 결과는 실로 실망을 넘어 자괴와 자포하고픈 마음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세월호 사고의 진상 규명에 소위 대통령의 7시간에 왜 그리 집착하는가. 그것은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국민 모두가 각기 자기 위치에서 자신의 본분을 다 하였는가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행하였다면 우리 언론의 사건 보도에서 ‘예고된 인재’였다 라는 말은 찾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충분한 우리의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길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상훈 (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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