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이 남긴 것
인천아시안게임이 남긴 것
  • 경남일보
  • 승인 2014.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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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 (경상대 신문사 편집국장)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경기는 김연아 선수의 마지막 무대라 주목을 받았지만 편파적인 판정으로 아쉽게 마무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흔히 말하는 ‘홈 텃세’로 인해 우리 선수는 자신이 연기한 만큼 점수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2년여 전 2012 런던올림픽 여자 펜싱 에페 4강전에 출전했던 신아람 선수가 종료 1초를 앞두고 전광판이 멈춰 버리는 바람에 상대의 추가적인 공격으로 안타깝게 패배하기도 했다. 다양한 국제대회에서 판정 시비가 발생하면 온 국민은 하나같이 마음 아파하고 아쉬워했다. 그런데 최근 편파 판정이 주는 안타까움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국내에서 편파 판정 논란이 일었다.

지난 4일 폐막한 인천아시안게임 중 인도의 데비 라이쉬람 사리타 선수와 박진아 선수의 여자 복싱경기에서 판정 시비가 불거졌다. 사리타 선수는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리며 은메달리스트 박진아 선수의 목에 동메달을 걸어주고 시상식을 떠났다. 레슬링 경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정지현 선수와 이란의 사이드 무라드 압드발리 선수의 경기에서 압드발리 선수가 행한 테크니컬 폴 기술을 심판이 목조르기로 판정해 편파적이라는 여론이 일었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판정 시비가 일었다. 정정당당한 스포츠정신이 아닌, 국가의 권력과 부에 따라 대회의 판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에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인천아시안게임이 남긴 아쉬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개막식이 끝난 이후에 외신들로부터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들었고, ‘아시안 운동회’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서툴렀다. 운동선수들의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개막식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류스타였으며 성화를 꺼트린다든지 통역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이탈하게끔 관리한다든지 하는 것들이 그 증거다.

준비가 미흡했다는 것은 경기장에서 가장 크게 보여줬다. 정전으로 연습을 못하고, 라커룸도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 선수들이 개인 비품을 둘 데가 없어 우왕좌왕했으며 오물이 넘치는 화장실까지. 사실 ‘준비가 미흡했다’라는 단어로는 부족했다. 마치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회를 진행한 것만 같았다. 경상대 신문방송사 특별취재팀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기성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원래 장애인을 위해 마련해 놓은 공간을 기자들이 촬영하는 장소로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느꼈다. ‘이번 대회는 기본적인 것들조차 갖춰지지 않았구나’라고.

우리나라는 79개의 금메달로 애초에 목표했던 종합 2위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이번 대회도 막을 내렸다. 스포츠로 아시아의 화합을 도모하고자 했던 이번 행사에서 우리나라가 남긴 것은 한국의 스포츠정신에 대한 실망과 세계대회 개최국으로 적절하지 못하다는 오명이 아닐까. 세계적인 스포츠대회를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따지고 계산할 수는 없지만 인천시가 보여준 부실한 대회운영과 그에 따른 국가적인 망신, 국가 간 감정 악화에 대해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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