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소리
가을이 오는 소리
  • 경남일보
  • 승인 2014.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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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관 (한국국제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
“당신은 힘세다고 혼자 이불을 둘둘 말아서 자고, 나는 추워서 덜덜 떨면서 자게 만들고…. ”

아침부터 식탁에서 집사람이 투덜댄다.

“무슨 소리를 하시나요? 나도 간밤에 추워서 잠을 깨고 보니 당신 혼자 이불을 둘둘 감고 자고 있더니만….”

평소에는 다툼이 없던 아침 식탁에서 언쟁이다. 간밤에 이불을 서로 뺏겨 추워서 잠을 깨웠다고 다툼이 일어났다.

침대 위에 뭉쳐 다니며 천덕꾸러기 취급받던 여름 이불이 사랑을 받는 계절이다. 지구 온난화로 더욱더 더워질 것이라는 기상대의 발표로 잔뜩 겁을 먹던 무덥던 여름은 가고 어느덧 계절은 어김없이 가을이 찾아왔다. 하늘은 예년보다 더 청명하고 대기는 수십Km 앞까지 보일 정도로 맑다.

그 무덥던 여름이 아침저녁에는 떠나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저녁 운전에는 히터를 켤까 말까 망설일 정도로 냉기가 돈다. 아침에 떠났다고 생각했던 여름이 한낮에는 수시로 에어컨을 켰다 껐다 해야 할 정도로 다시 찾아온다. 여름이 떠나가기 싫은 모양이다.

피부로 느끼는 바람은 시원하고 햇볕은 따갑다. 들판은 온통 황금색이다. 물감으로는 색감을 살릴 수 없는 황금색이다. 저 유명한 화가 피카소가 다시 살아난들 지금 우리나라 들판의 색상을 화폭에 담아낼 수 있을까?

대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상큼하다 못해 달콤하기까지 하다.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 금목서 나무에서 풍기는 재스민 향을 따라서 콧구멍이 자꾸 벌렁거리는 계절이다. 들국화 흐트러지게 핀 모습에 옛 사랑이 생각나고, 길가 코스모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에 시상이 절로 우러나 왠지 시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계절이다.

단풍 들어가는 산길을 홀로 걸으며 스마트폰으로 패티 김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자주 듣게 되는 계절이다. 다른 계절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끼던 캠퍼스 내 클래식 음악이 너무 잘 어울린다고 느껴지는 계절이다.

이렇게 가을은 눈으로 피부로 그리고 노래로 다가오고 있다.

옛날에는 귀뚜라미 소리가 가을의 전령이었으나 도시 고층아파트에서는 가을이 와도 귀뚜라미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모기와 달리 귀뚜라미는 엘리베이터를 탈 줄도 모르는 모양이다. 가을이 오는 소리는 이제 다만 아침 식탁에서 들릴 뿐이다.

“당신은 힘세다고 혼자 이불을 둘둘 말아서 자고, 나는 추워서 덜덜 떨면서 자게 만들고…. ”

가을이 오는 소리다. 가을이 오는 소리는 아주 가까이, 바로 나의 옆구리, 나의 동반자, 나의 반쪽에게서부터 들려온다.

김진관 (한국국제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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