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리더십
기러기 리더십
  • 경남일보
  • 승인 2014.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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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 (법학박사, 전 진주·창원경찰서장)
기러기는 가을에 우리나라에 와서 봄에 시베리아로 떠나는데, 그 기러기가 날아갈 수 있는 거리는 약 4만km에 이른다고 한다. 기러기가 그렇게 먼 거리를 날 수 있는 까닭은 동료들과 동고동락하며, 힘들어도 배가 고파도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훌륭한 리더가 항상 길을 안내해주고 격려해주기 때문이다. 리더 기러기는 동료들과 소통하며 공동의 비전을 설정하여 주지시키고 위로와 격려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기러기 떼에서 리더는 모두가 리더이다. 비행하는 동안 리더가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기러기들은 모두가 번갈아 리더가 되지만, 현재 선두에 선 리더에게 복종하고 협조한다.

선두에 서야하는 리더의 자리는 결코 편한 자리가 아니다. 나아가는 방향을 잡아야 하고, 맨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받으며 가장 힘들게 날갯짓을 해야 하는 고생스러운 자리이다. 그 자리는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희생과 봉사, 헌신하는 자리이다. 비행을 계속하다가 리더가 지치면 또 다른 기러기가 맨 앞으로 나가 기꺼이 무리를 위해 리더가 되어 희생과 봉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면서 무리의 모든 기러기들이 리더의 자질을 갖추고 리더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독려한다. 그래서 리더 기러기가 유고를 당해도 그 뒤를 이을 자질과 능력을 갖춘 기러기들이 언제나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물러서야 한다고 판단되면 서슴지 않고 다른 리더에게 위양하고 물러난다. 그렇게 기러기들은 수천, 수만 km를 날아가는 것이다.

서양 격언에 “한 마리 사슴이 이끄는 사자들의 군대보다 한 마리 사자가 이끄는 사슴들의 군대가 더 강하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그만큼 리더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최근 세월호 참사를 한 번 되돌아보자, 세월호에는 선장은 있어도 리더는 없었고 사고현장에도, 사건을 수습하는 정치판에도 진정한 리더는 보이지 않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잘나고 똑똑한 리더십보다도 따뜻한 리더십이 필요한 것 같다. 아픈 사람을 보면 같이 눈물 흘릴 줄 알고, 힘든 사람을 보면 보듬어줄 줄 아는 리더십이 말이다.

강선주 (법학박사, 전 진주·창원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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