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어르신,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기고]"어르신,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12.2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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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의 조그만 어촌마을에 저녁 7시만 되면 35평 남짓한 창고로 봉고차 3대가 쉴 새 없이 할아버지·할머니들을 태워 나른다. 그리고는 젊은 여자의 트로트 노래소리가 연신 흘러 나오고 두어 시간이 지나면 설탕, 휴지 등을 든 100여명의 어르신들이 나오신다. 어촌마을이 떴다방 전문사기범들에 의해 한 달 남짓 만에 어르신들의 눈물바다로 바뀌는 순간이다.

‘떴다방’이란 홍보관 등을 이용해 무료관광, 사은품, 각종 공연 등을 미끼로 저가 건강식품 등을 질병치료 및 예방에 특효가 있는 것처럼 허위·과장 광고한 후 고가에 판매하거나 찜질방 등에서 허가받지 않은 상품의 홍보 동영상을 상영한 후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들이 PITI시험연구원(원사직물시험연구원)의 품질보증서를 붙여 어르신들에게 팔아 치운 수의는 펄프를 원료로 만든 인공섬유인 일명 ‘레이온’이라는 재생섬유였고 품질보증서는 당연히 가짜였다.

“혈액순환이 잘된다. 목이 아픈데, 허리가 아픈데 아주 좋다…”고 의료기기인 것처럼 허위광고한 숯베개는 그들의 손에서 2만원짜리가 5만원, 9만원짜리 구두가 22만원으로 둔갑했고, 적송유와 오메가3도 판매해 경찰수사만으로도 어르신 230여명으로부터 약 7000여만원의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베개가 너무 비싼 거 같다는 할머니의 민원을 듣고 내사에 착수해 수사를 진행했지만, 사기범들은 한 달 남짓 범행을 저지르고 자리 옮기기를 거듭해 세 번째 범행장소 계약단계에서 꼬리가 잡혔다.

이들이 방문판매업 신고를 하고 영업을 해 정확한 범행 증거를 잡기 위하여 관련기관에 검증 의뢰하고 법에 따라 압수 수색영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영장 발부 이전에는 영업방해의 소지가 있어 수사에 어려움이 많았고 공범들 간에도 철저히 자신의 신분을 속여 추적검거에도 애를 먹었다는 양해의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

피해를 당한 87세의 황씨 할머니에게 왜 구입하셨냐고 여쭈었다. “공짜로 선물을 준다고 하니까 갔지. 죽을 때 좋은 옷이라도 입고 가야겠다 싶어 영감하고 같이 샀는데…” 하며 분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셨다. 지금 우리 할아버지·할머니가 공짜선물을 받았다며 자랑하는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러나 떴다방 사기범 때려잡는 전화번호는 공짜로 알려드린다. ‘모든 범죄신고는 112’ 경찰에 맡겨 달라. 
이문구·하동경찰서 수사과장
하동경찰서 수사과장 이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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