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5.01.1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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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먹으면 암 걸리냐?
고사리는 우리 민족과 밀접한 인연이 있는 산나물 중의 하나이다. 그 증거로는 제사상에 오르는 필수 채소라는 점과, 또 나물에 대한 옛 시가나 속요 가운데 반드시 고사리 노래가 들어 있다. 「농가 월령가」의 삼월령이나 율곡 선생의 「전원사시가」 등이 그 대표적인 노래이다. 특이한 점은 고사리를 즐겨 먹는 민족은 우리나라뿐이며 서양에서는 채소가 아닌 독초로 분류하고 있다. ‘고사리 줄기를 삶아 먹으면 기생충을 박멸할 수 있으나 임산부가 고사리를 먹으면 태아가 죽는다’고 이미 300년 전에 영국의 식물학자인 글레퍼가 경고한 바 있다. 「동의보감」에도 고사리는 맛이 아주 좋지만 오래 계속해서 먹어서는 안 된다. 양기를 소멸시키며 다리 힘을 약하게 하여 걸음을 걸을 수 없게 해서이다. 또 시력이 약해지며 배가 부어오르는 병이 된다고 하였고, 「본초강목」에는 ‘고사리를 오래 먹으면 눈이 어두워지고 코가 막히며 머리가 빠지고, 아이들이 고사리를 많이 먹으면 발이 약해져 잘 걷지 못하게 된다. 날로 먹어서는 안 된다’고 기록돼 있다. 독자들께서는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현대 과학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필자가 볼 때 꽤 많은 부분이 일치 한다고 본다. 특히 고사리를 많이 먹게 되면 고사리 중에 비타민 B1을 분해하는 아네우리나아제(aneurinase)라는 효소가 존재하는데, 이 효소가 우리 몸속에 섭취된 비타민 B1을 계속적으로 파괴시키기 때문에 비타민 B1의 대표적 결핍증인 각기병에 걸리게 된다. 가벼울 때는 식욕감퇴, 체중감소, 허약, 권태, 우울증, 근육무긴장증 및 혈압저하 등이 나타난다. 또 고사리는 알코올 중독자나 음주가 잦은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식품이다. 그러므로 술을 먹을 때에는 비타민 B1이 많은 우유, 쇠간, 육류, 생선 및 계란 등의 동물성 식품이 이를 보충하는데 도움이 된다.

고사리의 또 다른 문제로는 ‘고사리를 먹으면 암에 걸린다’라는 학설이다. 이 이야기의 유래는 이렇다. 영국, 터키 등지에서 방목하던 소가 죽는 경우가 많아 자세히 관찰해 보니, 고사리의 어린순을 뜯어 먹는 놈들에게 많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의학적으로 그 원인을 추적한 결과 소의 골수에 강한 급성 독성과 장 점막의 출혈로 인해 빠른 시간 내에 죽기도 하고, 또 소의 방광이나 장관 중 회장에 종양이 발생함으로써 암을 일으킨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문제는 사람이 고사리를 먹으면 암에 걸리냐?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고사리는 ‘양날의 칼’에 비유된다. 어떤 학자는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주장하고, 또 어떤 학자는 오히려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니 전문가가 아닌 독자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고사리는 생채로 먹으면 여러 가지 독소가 있어 암을 유발할 수 있으나 삶아서 물에 충분히 우려낸 후 건조시킨 고사리는 암을 일으키는 물질과 대부분의 독소가 소실되기 때문에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끔 먹는 정도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고사리 중의 생리활성 물질로는 폴리페놀(polyphenol)과 식이섬유를 꼽을 수 있다. 전자는 인체 내 활성산소를 소거하여 세포의 암화를 방지하고, 또 지질의 산화를 억제시켜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당뇨병, 고혈압 등의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고 노화를 지연시킨다. 후자는 장내 유익균의 증식과 더불어 변의 양을 증가시키고, 또 동맥경화, 당뇨병 및 대장암 등의 생활습관병을 예방한다.

덧붙이면, 고사리는 성질이 차기 때문에 몸이 찬 사람이나 소화기관이 약해서 평소에 식사량이 적은 사람, 선천적으로 하체가 부실하거나 정력이 약한 사람, 음주가 잦은 사람은 고사리를 자주 혹은 많이 먹는 것은 절대로 좋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체질적으로는 소음인 체질이 고사리를 가장 잘 받는다./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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