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관계의 오류
[대학생칼럼]관계의 오류
  • 경남일보
  • 승인 2015.01.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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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몇 년 전의 일이다. 가족과 명절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주유소에 들렀다. 그런데 앞에서 기름을 넣던 손님이 주유소 아르바이트생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유는 기름값 때문이었다. 당시 기름값이 일시적으로 폭등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손님은 아르바이트생에게 갑자기 기름값을 이렇게 많이 올리면 어떻게 하느냐며 따지기 시작했고, 그는 죄송하다고 사과하기 시작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시련을 감수해야 했다. 이 사건을 함께 본 가족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아르바이트생이 무슨 잘못이냐고 앞의 손님을 나무라는 나를 보며 부모님은 안타깝겠지만 이게 현실이라며 무덤덤하게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에는 크게 와 닿지 않았던 ‘갑의 횡포’가 어느 순간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갑을 관계’는 주종이나 우열, 높낮이를 구분하는 개념이 아니라 수평적 나열을 의미했지만, 이제는 상하관계나 주종관계로 인식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최근 발생한 ‘땅콩 회항’ 사건이다.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이 사건은 발생 이후 진행과정에서 더 큰 문제를 드러냈다. 사건의 발단이 되기도 한 여승무원들이 대한항공 측으로부터 교수직을 제안받고 검찰에서 혐의를 부인한 사실이 최근 밝혀졌기 때문이다. 갑이라는 ‘권력’은 승무원의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비행기를 돌렸고, 진술을 번복하면 ‘교수 자리를 주겠다’며 회유도 했다.

이러한 사회에 만연한 ‘갑질’과 관련된 다양한 언론 보도를 보면서 ‘잘못된 현상’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우리는 어떤가. 혹시 자기도 모르는 사이 ‘갑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일 만나는 편의점, 커피숍, 패스트푸드점 아르바트생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하고 있나. 누구나 상황에 따라 ‘갑’ 혹은 ‘을’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타인과 관계를 형성할 때 ‘존중’과 ‘배려’가 기본이라고 교육받았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권력, 지위, 비교우위 등에 따라 ‘갑’과 ‘을’로 구분 지어진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존중과 배려는 쉽게 잊는다. 기억하자.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상대방을 먼저 ‘존중’하는 것이다. 사회 전반의 잘못된 인식이 우리 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까봐 두렵다.

 
경상대 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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