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겨울의 깊이만큼 생각하는 삶으로
[월요단상]겨울의 깊이만큼 생각하는 삶으로
  • 경남일보
  • 승인 2015.01.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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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누구나 자신의 개성대로 살아가지만 때로는 자신에 대한 생각을 아니할 수 없다. 자신을 돌이켜보면 삶의 때가 짙은 얼룩무늬를 꺼내 볼 수밖에 없는, 그래서 지금껏 관용이라고 굳게 믿고 살아 온 자신의 삶의 길에서, 느껴보지 못한 그 어떤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그 무엇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너그럽고 긍정적 삶을 살아가리라는 자신의 생활에 잘못된 건 없었을까 라고.

나 자신보다 먼저 남을 배려하는 삶을 살아가리라 해놓고 나를 미워하거나 나에게 피해를 입힌 자에겐 잘못을 깨치고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괴로움이 함께하길 바라는 심보를 가진 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가 잘못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그 마음이 과연 우리에겐 없었을까? 어쩌면 그가 더 많은 이들에게 피해 입히기를 기다려 그의 옳지 못한 행동이 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체면이 깎이기를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보원(報怨)이라는 차원에서 처벌 받기를 은근히 기대하면서 말이다.

남이 실수하길 기다렸다가 그 실수를 이용하는 비양심적인 이들이 누구누구 인가를 알려보려고 할 때부터, 아니면 자신이 쓸쓸하고 외로워짐으로써 삶에 더 좋은 기쁨을 얻기 위해 누구와도 다른 자기만의 무엇을 내세우고 싶은 건 아닐까? 고백하건대 우리는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간다는 그러한 자부심 때문에 좋은 삶이 지속되리라는 속셈을 은근히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황혼의 나이에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일에 몰두할 수 있는 계산의식부터 작용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우린 항상 지혜롭진 못하더라도, 남이 잘못 되기를 바라기보다 내가 좀 밑지며 사는 아량, 이런 걸 자신의 방식으로 받아드리면서 삶을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 만약 주의 사람에게 피해 입히고, 자신의 비 양심을 숨기고 위장해 피해자에게 덮어씌우려 한다면 정말 바라지 않는데 안 좋게도 불쾌한 일은 찾아올 수밖에 없다. 바라건대 이러한 생활방식이 옳지 못하다는 걸 느낀다면 제 모습 찾아 세련된 표현으로 자신에게 충고를 아끼지 말고 감성과 지성의 내면의 세계를 키워 나가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자신의 정해 놓은 삶의 길에서 애매하고 답답하고 외롭더라도 마음을 다스린 다음 탐욕이 없길 바라자. 온갖 사물들도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다음 계절을 준비하듯, 황혼의 나이에도 초조하지 않을 웃음을 만들어 가며 겨울의 깊이만큼 생각하는 삶이 되어보자. 피해 입은 그 자리에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 아름답고 향기로운 일이 지속되기를 바라자.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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