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대공무사와 백락일고
[교단에서]대공무사와 백락일고
  • 경남일보
  • 승인 2015.01.2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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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연말이 되면 이듬해 임용될 공무원들의 합격자 발표가 이어지고, 연초엔 3월 임용될 교사 임용시험 합격자가 발표된다. 거기에다가 정부 부처나 지자체의 인사 동정도 신문지상에 자주 보도가 된다. 하지만 그런 많은 인사를 두고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경우는 참으로 듣기 어렵다. 정실인사와 측근기용이란 말들만 난무한다. 청와대나 정부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인적쇄신을 말하는 것도 결국 인사가 잘못됐다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학교에 근무하면서 느끼는 가장 곤혹스러운 업무 중 하나가 신임교사 선발이다. 정규교사는 물론 기간제교사 모집에도 많은 예비교사들이 지원하지만, 솔직히 말해 지원자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필기시험 문제 몇 문항과 이력서 몇 줄, 자기소개서 1~2쪽에 성적증명서 정도로 능력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조금만 같이 근무해보면 상대 능력의 옥석 구분은 어렵지 않다.

‘대공무사(大公無私)’란 고사성어가 있다. ‘매우 공정하여 사사로움이 없다’는 의미인 이 고사의 주인공은 진나라 기황양(祁黃羊)이다. 진(晉) 평공(平公)이 기황양에게 남양현령 추천을 명하자 해호(解狐)를 추천했다. 평공이 기황양에게 되물었다. “해호는 경과 원수지간이 아닌가?” “왕께서 업무 적임자를 물으셨지, 신의 원수를 물으신 것은 아닙니다”라 했다. 후일 평공이 군 지휘관 추천을 명하자 기황양은 기오(祁午)를 추천했다. 평공이 다시 물었다. “기오는 경의 아들이 아니오?” “왕께서 적임자를 찾으신 것이지 신의 아들을 물으신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해호와 기오의 업무처리는 한 치의 그릇됨이 없었고 나라 사람들은 그 인사를 칭송했다. 원수와 아들을 거리낌 없이 추천한 기황양은 대공무사의 실천자임이 분명하다.

‘백락일고(伯樂一顧)’란 말도 있다. 주나라 최고의 말 감별사인 백락이 한 번 돌아보면 그 말 값이 열배로 뛴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당나라의 문장가 한퇴지는 잡설(雜說)에서 ‘천리마는 항상 존재하지만 백락은 항상 존재하지는 않는다(千里馬常有而 伯樂不常有)’라고 한탄했다.

‘인사는 만사’라 했다. 조직의 지도자나 단체장 또한 인간인지라 전지전능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사람의 능력을 알아보고 대공무사하게 처리하는 능력만은 갖춰야 할 것이다. 우리 주위에 기황양이나 백락 같은 지도자를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새해에도 답답하다.

 
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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