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우리의 결혼식 문화 이대로가 좋은가!
[교단에서]우리의 결혼식 문화 이대로가 좋은가!
  • 경남일보
  • 승인 2015.02.0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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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향 (시인·악양초등학교 교사 )
얼마 전 지인 자녀의 결혼식장을 찾았다. 결혼식은 화촉 점화, 개식사, 주례 입장, 신랑·신부 입장, 맞절, 주례사, 축가에서 기념촬영까지 일률적인 순서로 이뤄졌다. 바쁜 시간들 틈새 참석한 식장이지만 역시나 색다를 게 없는 결혼식 장면을 무심히 지켜보고 눈인사와 축의금 전달 후 돌아왔다. 예전과는 달리 신부화장과 사진기술의 발달로 변화는 다소 있어 보이지만, 그 전체적인 의식흐름과 결혼의 형식과 형태는 옛날 큰 의미를 못 느끼고 일괄적으로 치렀던 필자세대의 결혼식과 별반 다른 게 없었다.

일생일대 중요한 의식인데도 우리의 결혼식 형태는 도대체 감동이나 끌림은 느껴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결혼식을 치르고 봐오며 우리 결혼식 문화에 대해 누구나 개선해야 된다고 생각해 봤을 것이다. 그리고 바쁜 세상에 시간을 놓쳐 버려 할 수 없이 썰렁하게 계좌를 알아내어 축의금을 부치고 찜찜했던 경험도 한번쯤 가져봤을 것이다.

유럽이나 일본 등 외국의 결혼문화를 보면 친척들끼리 모여 조촐한 만남을 갖고 소박한 파티를 여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축하모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객이래야 50명 안팎으로 거의 다 친척이고 신랑·신부의 절친한 친구 몇몇이 모여 축하를 나눈다. 나름의 선물이나 축의금을 내기도 했는데, 우리와 같이 남의 눈치를 보거나 일정 기준액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은행출납 창구같이 줄을 서 축의금을 주고 나가버리는 경우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우리도 더 이상 결혼식 당사자와 하객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형식적인 결혼식은 지양하고 획기적인 변화의 바람을 맞이하면 좋겠다.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결혼식은 화려함보다는 소박한 가운데 특별난 것이면 더 좋지 않을까. 허례허식을 버리고 결혼식에 드는 비용을 절감해 몇 년을 일해도 사기 어렵다는 집 사는 비용으로 예치하고 신혼을 시작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조금씩은 변화되어 가고 있지만, 모순을 알면서도 용기를 내어 개혁하지 못하고 있는 결혼식 문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바꿔 나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퇴색된 축의금 악순환의 고리를 과감하게 끊고 진정 축하하는 마음을 담은 친척·친지들과 모여서 맛나는 음식을 나누고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성숙한 결혼식 문화가 되길 기원해 본다.
최숙향 (시인·악양초등학교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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