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5.02.0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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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혈행 개선에 으뜸

중국이 원산지인 은행나무는 식물 중 유일하게 1목 1과 1속 1종으로서 생육조건이 좋으면 높이 30m, 둘레 10m까지 자라는 거목이 된다. 은행나무는 암수 각각 다른 나무에서 수정되어 암그루에서 다육질의 종피로 싸인 종자가 열린다. 과실의 종피는 육질로서 먹지 못하고 가을에 황숙(黃熟)한 놈의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외종피를 제거한 것을 먹는데, 이를 백자(白子), 자인(子仁) 혹은 은행이라 한다. 은행나무는 볕을 좋아하고 건조해도 잘 자라며 불이나 추위, 병충해에도 아주 강한 편이라 도심지 주변의 가로수로 각광받고 있다.

옛날에는 은행나무를 신목(神木)으로 여겨 자식이 없는 사람은 은행나무에 정성을 바치면 자식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으며, 전염병이 돌 때면 은행나무에 기도를 드려 전염병 퇴치를 기원하기도 하였다. 특히 은행나무가 밤에 울면 마을에 재앙이 온다거나 도끼질을 하면 피가 나온다는 등의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

우리가 식용하는 은행은 중과피 안쪽에 갈색 피막의 내종피가 있고, 이 속에 청록색의 배젖이 있는데, 인(仁)이라 하며 이것을 먹는다. 배젖의 성분은 탄수화물 34.5%로 녹말이 대부분이고 자당이 다음으로 많다. 단백질은 4.7%로 많지만, 섬유질은 0.5%, 지방은 1.7%에 불과하나 레시틴 및 비타민D 전구체인 에르고스테롤이 들어있다. 비타민은 베타카로틴(β-carotene)이 다른 종실류에 비해 많고 비타민 C도 18mg%나 함유되어 있으며, 무기질은 칼슘, 인, 철, 나트륨 및 칼륨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칼륨이 510mg%로 많아 식염을 많이 섭취하는 우리나라 식생활에서는 나트륨의 배출을 촉진시키는 안성맞춤의 먹거리이다. 은행은 이러한 영양성분 외에 놀랄만한 기능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어릴 때 누구나 한 번쯤 은행잎을 책 속에 끼워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예쁜 은행잎을 즐기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은행잎의 여러 가지 성분이 해충이나 미생물의 번식을 막아줌으로써 책을 깨끗하게 보존하게 되는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은행이 폐와 위의 탁한 기를 맑게 하고 숨찬 것과 기침을 멎게 한다’고 기록돼있고, 「본초강목」에서는 ‘은행을 익혀서 먹으면 폐기를 튼튼하게 하고 기침, 천식을 멈추게 하며 소변을 축적시키고 냉을 멈추게 한다’고 기록되어있다. 한방에서는 예부터 씨를 살짝 볶아 한약재로 사용하는데, 특히 만성기관지 천식의 기침을 억제하고 호흡곤란에 효험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은행이나 은행잎의 약리작용은 엄청나게 많지만, 이중 으뜸이 되는 것은 혈액순환과 관련된 질병이다. 독자들께서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은행잎이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는데, 가장 많이 수입하는 독일에서는 주로 혈관장애의 치료약으로 사용하며, 연구에 의하면 약효의 본체는 플라보노이드(flavonoid)이고, 말초순환장애, 기억력 회복, 고혈압 예방 등에 이용되고 있다. 말초순환장애의 치료용으로는 주로 간헐성 파행 치료에 많이 쓰이는데, 이 병은 혈액순환의 부전으로 하지골격근의 혈액순환이 막혀 저리고 보행이 곤란한 병이다. 독일에서 연구된 바에 의하면 6개월 간 은행잎 추출물을 먹인 결과 통증과 보행에 개선 작용을 보인 다고 보고돼 있다. 은행잎 중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인 징코제닌(ginkgogenin)은 심부전 증상이 있는 관상동맥을 확장시켜 혈행을 원활하게 하여 세포대사를 촉진시키며, 징케틴(ginkgetin)이라는 성분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작용을 한다. 은행잎 추출물을 뇌혈관 부전, 치매증 환자의 주의력, 기억력 저하를 개선한다. 실제로 치매환자에게 대량 투여한 결과 뇌의 알파파를 증가 시키고 기억력을 증대시켰다고 한다. 또 우울증 개선과 관련된 연구에서는 은행잎 추출물을 뇌장애와 치매증상의 하나인 정신불안증 등의 우울증 증상을 개선한다는 보고도 있다.

은행과 은행잎은 항산화 활성이 매우 높다. 이와 관련된 성분은 주로 바닐린(vanillin), 파라-하이드록시 벤조인산(p-hydroxy benzoic acid), 갈산(gallic acid) 등의 페놀산이 많고, 이외 종실에는 계피산(cinnamic acid), 카페인산(caffeic acid), 잎에서는 큐마릭산(coumaric acid), 젠티식산(gentisic acid), 플로로글루시놀(phloroglucinol) 및 피로갈롤(pyrogallol) 등의 항산화성 물질이다. 때문에 치매, 항암, 동맥경화, 뇌 기능 장애 개선 등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은행잎 추출물은 치매 증상을 개선한다는 것이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바 있고, 또 은행잎은 저밀도 단백질(LDL)의 산화 반응을 억제시키고, 당뇨병이나 그 합병증의 시작과 진행에도 활성산소와 관련이 깊어 당뇨병으로 인해 발생되는 활성산소의 발생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은행1
은행2
은행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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