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복지과잉’이라니?
[여성칼럼]‘복지과잉’이라니?
  • 경남일보
  • 승인 2015.02.1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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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 상담소장)
2015년에 들어서면서 정치권에서는 복지와 증세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연초의 연말정산 과정에서 소득세제 개편으로 세금을 더 내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바람에 국민들의 분노가 높았다. 이렇게 솟구친 분노의 파도를 한차례 맛본 정치권에서 ‘앗 뜨거’ 하고 연일 세금과 증세, 그리고 복지에 대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증세효과를 가져온 소득세제 개편이나 담뱃값 인상 등의 이유가 복지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대통령이 선거 전에 제시했던 복지 공약들이 집권 후 줄줄이 무산되거나 축소되고 그 원인이 ‘국가에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혀지면서 복지와 증세가 한 묶음으로 논의되는 듯하다.

이렇게 복지와 증세를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는 것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그보다 더 큰 우려를 낳는 것은 증세가 국민의 저항을 받을 수 있으니 복지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는 것이다. ‘복지과잉’이면 국민들이 게을러진다고 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이 그 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언제 ‘복지과잉’이었던 적이 있는가. 전문가들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복지는 이제 시작하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OECD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회보장 지출은 GDP 대비 10.4%로 OECD 국가 평균(21.6%)의 48% 수준이며, 이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에 해당된다고 한다(2014년 기준).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복지과잉’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일까.

‘복지’라는 것은 부유한 사람들이나 정치인들이 어려운 국민들에게 베풀어주는 시혜가 아니다. 국가 공동체 내에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존엄을 지키며 살아감으로써 국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시행하는 사회적 안전망이다. 그럼에도 국민의 심부름꾼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마치 자신들이 우리에게 무언가 시혜를 베푸는 듯이 복지에 쓰는 돈을 가능하면 줄이려 하고,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부족한 복지정책을 실시하면서도 ‘복지과잉’이니 뭐니 하는 말로 국민을 위협하고 있는 데에 마음이 답답해지고 걱정이 깊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는 단지 우려로 남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눈앞에 드러나려고 하고 있다. 특히 경상남도에서는 지난 2013년의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에 이어 각급 학교의 무상급식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연말 중앙정부가 각 시·도 교육청에 떠넘긴 무상보육비 부담 논쟁이 갑자기 무상급식 책임 논쟁으로 이어지더니, 경상남도에서는 도에서 부담하던 무상급식비 예산을 없애버렸다. 이에 경남의 각급 학교는 올해 4월까지만 무상급식이 가능한 실정이라고 한다. 올 4월이면 정치권의 복지축소 행태가 실제로 드러나는 현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산업이 고도로 발전하여 성장이 둔화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사회에서는 복지를 통해 국민들의 기본적인 지출을 줄여주어야 내수가 활성화되고 내수가 활성화되어야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따라서 복지축소는 증세만큼이나 큰 국민의 저항을 불러오게 될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치인들은 제발 복지 지출을 OECD 평균수준으로라도 올려놓고 나서 ‘복지과잉’이니 ‘복지축소’니 하는 말들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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