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춥고 추운 겨울에
[월요단상]춥고 추운 겨울에
  • 경남일보
  • 승인 2015.01.2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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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추운 겨울, 우리의 마음이 이토록 목말라 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 어쩌면 지나온 계절에 정서라곤 찾아볼 수 없는 채, 감정 또한 잘못 다스려 온 자신의 과오 때문에 그에 따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지금 마음속 그 어딘가 작고도 작은 그리움의 물줄기가 강한 추위에도 살아 숨 쉬는 듯, 자신도 믿을 수 없는 한 가닥 희망으로 이 겨울의 목마름을 풀어갈 수 있을지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지나온 계절, 우리는 생각 자체를 외면으로 나타내기 위해 애를 쓰기보다는 지난 일을 돌이켜 볼 수조차 없는 빈 상태로 만들었던 것. 만약 우리가 조금만 더 자신의 생각에 진실하고 자신을 내세우는데 조금만 더 고려했다면, 아니 더 영리하고 조금만 더 진실했다면 계절의 변화처럼 능력을 잃지 않고 불타는 감정을 조절하지 않았을까. 계절처럼 봄과 여름이 있고 가을 겨울이 있듯, 그렇게 되풀이되는 건 자연의 이치이며, 그것이 공존할 수 있어야 계절도 무르익어 간다는 걸 우린 왜 몰랐을까?

자신의 분수를 알고 제 정도에 맞게 살아가는 것만이 품위 있고 지식인이 되는 줄 알았으며, 그렇게 살아간다 할지라도 사람의 감정에서는 참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우리는 사유(思惟)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옳지 못한 태도를 취해 온 건 아닐까. 아니 어쩌면 의지가 단단하고 자기 의견을 내세워 스스로 품위를 지키려고 서로가 몸을 웅크린 건 아닐까? 눈길에도 그 웃음에도 표현하고 전달하면서도 다랍다 할 정도로 서로가 이익을 보려고 옳고 그름을 밝히려 했는지도 모른다.

실토하건대 누구에게도 손해 입히기를 원치 않았기에 자신도 그냥 이대로 이 혹독한 겨울을 무사히 지내려 했지만, 결국 마지막엔 심한 갈증과 몹시도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이 작고도 작은 한줄기 그리움으로 이 겨울을 지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기에는 조금도 해를 입지 않았고,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지만, 우린 스스로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서로에게 다랍다 할 정도로 모질었던 것. 말하자면 이것이 우리에겐 손해이면서도 또한 피해가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모름지기 바른 생각만이 품격 높은 소유자라 해놓고, 타인의 아픔도 자기의 아픔인 양 아파할 수 있었을까? 아니 지금 눈이 내려 쌓인다 하여 잘못 다스려온 자신의 과오가 어찌 덮이랴. 그러나 지금은 다 지난 일이며, 이런 뉘우침도 소용없는 건지도 모른다. 오직 원하건대 이 겨울 우리가 추위를 견뎌 내어 다시금 우리 가슴에 사랑의 물줄기가 흘러가도록 새봄엔 새로운 소망을 이룰 수 있는 삶으로 거듭나길 바라자.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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