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5.02.1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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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식품의 오케스트라 김치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발효식품인 김치라는 이름은 시경에서 ‘지’로 기록되어 있으며, 한자어로는 ‘채소를 소금물에 담근다’라는 뜻으로 ‘침채(沈菜)’라 표기하였는데 이것이 ‘팀채’ 혹은 ‘딤채’로 발음되었으나 구개음화로 인해 ‘짐치’가 되었다가 다시 오늘날에는 ‘김치’로 된 것이다. 김치의 역사적 배경을 보면, 시경에서 김치에 대한 이야기가 최초로 언급되어 있고, 김치를 담그는 방법에 대한 기록은 고려 중엽이고, 오늘날과 비슷한 김치류로 변한 것은 고려 후기로 보고 있다. 그리고 김치에 고추를 부원료로 사용한 것은 조선 중기 임진왜란 이후인데, 김치에 고춧가루를 첨가함에 따라 김치의 맛과 영양 그리고 저장 기간에 대 혁명이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증보산림경제, 1766).

고추와 젓갈로 맛과 색을 낸 김치는 조선 숙종 때 탄생되었는데, 그 당시 채소 생산이 불가능한 겨울철에 김치는 대단한 존재였다. 즉, 발효 중에 독특한 향미로 식욕을 높여주는 식품으로 과학적이고, 위생적이며, 신선한 채소 이상의 가치를 지닌 발효식품으로서 그야말로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빛나는 먹거리라고 할 수 있다.

김치는 여러 가지 부원료에 존재하고 있는 성분이 배추의 내부로 침투되어 일정 기간 발효과정을 거치는 것인데, 그 원리를 보면 침투작용, 효소작용 및 발효작용을 들 수 있다. 침투작용이라는 것은, 배추의 숨을 죽이는 과정이다. 즉, 배추에 적당량의 소금을 가하면 탈수작용으로 인해 배추 안에 있는 수분은 밖으로 빠져나오고, 반면에 외부의 식염이나 조미성분 등이 세포 내부로 들어가게 된다. 이 침투작용은 소금의 농도나 온도가 높을수록 그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김치를 담글 때는 계절에 따라 혹은 김치의 저장 기간을 어느 정도 할 것인가? 에 따라 소금 농도라든지 저장 온도를 적절하게 조절하면, 항상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다.

침투작용과 더불어 일어나는 효소작용은 배추의 세포가 죽게 되면 효소에 의해 전분 및 단백질 등이 가수분해되어 원료에 거의 존재하지 않던 당류나 아미노산과 같은 맛 성분을 생성하게 된다. 또 발효작용은 여러 가지 미생물이 번식하면서 산 또는 조미 성분, 그리고 영양성분 등을 만들고 이것이 소금과 함께 배추의 세포조직에 침투되어 김치 특유의 향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김치의 기능성과 관련된 연구 결과를 보면, 김치는 한 마디로 완벽한 건강식품 혹은 건강식품의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다. 김치는 발효과정 중에 소금에 잘 견디는 유산균(젖산균)이 생육하면서 젖산, 초산 등의 유기산을 생산하게 되고, 이것을 섭취하면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유해 미생물은 점차 죽게 되는 신비한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작용 외에도 유산균은 장내 정장작용과 더불어, 항암효과를 나타내게 되니까 참으로 우리 몸에 유익한 균이다.

김치의 부재료로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추는 양적인 문제보다 기능성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즉, 고추에 함유된 비타민 C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또 고추로부터 유래된 카로틴은 비타민 A로 전환되어 피부나 소화기관 등의 점막을 매끈하게 하여 신체조직을 강하게 하고 세균에 대한 방어 효과를 높여주게 된다. 그리고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이라는 성분은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하고, 혈관을 확장하는 작용으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준다.

또 다른 부재료인 마늘은 강한 항산화 작용으로 김치 중의 비타민 C의 파괴를 막아 주고, 마늘의 매운 성분인 알리신이 김치 중에 나쁜 균의 생육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혈액의 응고를 막고 체내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어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또 김치의 숙성과정 중에 생성된 비타민 B1은 마늘 중의 알리신과 결합하여 알리티아민이 된다는 사실은 정말 놀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섭취된 비타민 B1은 하루에 5~10mg 정도 흡수되고 나머지는 3~4시간 후면 배설되나, 알리티아민은 70~100mg까지 흡수되어 혈액에 지속적으로 남아 당질의 대사를 촉진하여 피로가 회복되고 또 힘이 솟아나게 된다.

김치 중의 또 다른 부원료인 젓갈은 김치 숙성에 유익한 미생물의 생육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양원이 되고 또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리신(lysine)이라는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되기 쉬운데 젓갈을 첨가함에 따라 이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해 준다.

김치가 발효될 때 새로이 생성된 비타민 B 그룹은 지방산과 포도당의 분해를 촉진시키고, 또 김치 중에는 식이섬유소가 풍부하여 포만감을 느껴 음식의 섭취량을 줄이고, 배변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비만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대장암 예방에도 유익하다.

 
김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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