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이야기] 233.노후 취미 생활
[수학 이야기] 233.노후 취미 생활
  • 경남일보
  • 승인 2015.02.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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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의 생활 속 수학이야기>
오십대 후반이 되면 정년퇴직을 한 대다수의 사람들의 노후 취미로 삼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평소에 어렵게 느끼는 수학을 취미로 삼는 사람은 없을까. 그러나 실제로 노인들의 취미활동으로 수학을 연구하는 희귀한 취미의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물론 수학 연구라는 것이 과거의 수학자와 그 행적, 수학 관계의 문서나 기록 등을 발굴 조사하고 회원끼리 정보를 교환하는 정도라고 하지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노인들은 일본수학사학회의 당당한 회원이고 해마다 단체로 발굴여행을 떠나고 당연히 세미나도 갖는다.

과거 일본 서민들의 기본상식은 읽기, 쓰기, 세기 의 세 가지였다. 이 속에 ‘셈’이 있지만, 이 사실만으로는 일본 노인들의 수학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설명하기가 곤란하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교양인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조건으로 ‘육예’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계산능력이다. 그러나 중국 사회에서 수학의 인기는 신통하지 않았다. 이렇게 볼 때 일본인의 수학 애호는 수학에 대한 필요가 낳은 것이 결코 아니었다.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취미로 일관된 수학의 전통을 지닌 나라라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이 열정을 이해하기 힘들다.

과거 역사로 볼 때 일본은 임진왜란을 계기로 문화적으로 큰 혜택을 보았다. 대표적인 세 가지가 도자기, 동활자, 주자학이다. 사실은 여기에다 수학을 포함해야 한다. 당시 조선에 반출해간 수학책을 바탕 삼아 일본이 자랑하는 전통적인 수학 ‘와산(和算)’이 생겨났고, 1627년에 수학의 불모지에서 민간수학의 베스트셀러인 ‘징코오기’가 혜성처럼 나타난 사실이 이것을 말해주고 있다.

서민뿐만 아니고 학자들까지도 어렸을 적에 감명 깊게 읽은 책 중에 ‘징코오기’를 반드시 꼽았다고 한다. 당시에 고도의 지식에 속하는 수학책이 아무리 쉽고 재미있게 쓰여졌다 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인기를 일반 서민에게 받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추측하건대 상점의 머슴이 지배인으로 승진할 필수조건 중의 하나는 거래한 상품과 값을 계산하는 능력이었고, 이는 목수나 뱃사공 심지어 미장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에서 경제유통의 환경에 적응해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적인 지식은 산술(수학지식)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김용수의 생활 속 수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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