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거장, 묵직한 에세이 잇단 출간
세계적 거장, 묵직한 에세이 잇단 출간
  • 연합뉴스
  • 승인 2015.03.0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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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나방의 죽음’, 마그리스 ‘다뉴브’
문학과 여행을 소재로 한 세계적인 거장 작가들의 묵직한 에세이가 잇달아 출간됐다. 20세기 대표적인 영국 여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와 2000년대 이래로 노벨상 후보로 매번 점쳐지는 이탈리아 남성작가 클라우디오 마그리스의 수필이다.

‘나방의 죽음’은 울프의 문학관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그리스 비극부터 울프와 같은 시대의 공기를 숨 쉬었던 조지프 콘래드까지 다양한 작가들의 글을 분석하고 비평한다.

울프에 따르면 그리스 비극은 “안정되고, 영원한 인간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는 문학이지만 다양한 감정의 발산이라는 측면에서 프루스트 같은 현대 소설가의 작품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리스 문학에 내재한 “좀 더 감동적인 어떤 것, 즉 영웅심 그 자체, 충실성 그 자체 같은 것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며 “모호함과 혼돈, 그리고 기독교와 그것이 주는 위안과 우리 시대에 염증을 느낄 때 우리가 눈을 돌리는 것은 그리스 문학”이라고 옹호한다.

운명과 신 등 거대한 주제를 노래하는 그리스 문학과 정반대에 선 건 울프의 선배 작가 제인 오스틴이다. 그녀의 미니멀리즘은 또 다른 측면에서 그리스 문학과는 다른 장엄함을 선사한다.

“시골 마을의 무도회, 접견실에서 만나 손을 잡는 몇 커플들, 약간의 식사와 음주, 그리고 비극적 사건이라고 해야 할 젊은 여성에게 퇴짜 맞고 다른 여성에게 친절한 대접을 받는 소년. 거기에는 비극도 없고, 영웅주의도 없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작은 장면은 전혀 비례에 맞지 않게 장엄함으로 드러난다.”(124쪽)

울프는 마흔둘에 생을 마감한 오스틴을 두고 “에밀리 브론테처럼 문을 열기만 해도 존재감이 느껴지는 작가는 아니었지만, 여성 중에서 가장 완벽한 작가”라고 칭송한다.

책에는 이 밖에도 비범하진 않았지만 꾸준한 노력 끝에 결국 대가가 된 찰스 디킨스, 자신의 인생에 불리한 모든 것을 유리한 것으로 바꿀 수 있었던 탁월한 재주를 지닌 에드워드 기번, 영혼의 선량함을 추구했던 러시아 작가들, 폴란드 출신이지만 미려한 영어를 사용해 당대 영국 소설가들을 기죽였던 조지프 콘래드 등에 대한 울프의 분석을 담았다.

솔. 한국 버지니아 울프 학회 옮김. 332쪽. 1만4천원

이처럼 울프의 책이 문학이야기에 치중했다면 마그리스의 ‘다뉴브’는 다뉴브강이 흐르는 곳의 지리와 역사, 관습, 민족, 인물, 문학, 언어 등을 망라한 백과사전적 에세이다.

독일 슈바르츠발트 수원지에서부터 오스트리아,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유고슬라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까지 이어지는 다뉴브강의 흐름을 따라가는 이 수필은 역사적으로 중부유럽의 뿌리를 연구할 뿐 아니라 문학과 예술에서 출발해 인간 존재와 삶까지 명상하는 존재론적 경험과 사색을 집약했다.

저자는 “순수혈통을 고수하는 전설의 지킴이 라인강과 달리, 다뉴브강은 여러 민족이 서로 만나고 교차하고 섞이는 기나긴 강”이라고 주장하며 중부 유럽의 다양성을 옹호한다.

“모든 민족에게는 자신의 때가 있는 법이고, 절대적으로 더 우월하다거나 열등한 문화는 없으며, 다만 민족들이 각기 다른 시기에 번영하고 쇠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체험하여 확실하게 배우지 않는 한, 우리는 진정으로 안전하다 말할 수 없을 뿐이다. 삶을 살아가고 읽는다는 것은, 모든 시기와 모든 국가에서 일어난 ‘인간의 정신사’를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43쪽)

문학동네. 이승수 옮김. 552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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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
나방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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