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노 게이치로 소설 '던' 번역 출간
히라노 게이치로 소설 '던' 번역 출간
  • 연합뉴스
  • 승인 2015.03.2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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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에 따라 다양하게 바뀌는 모습이 分人”
“소설을 쓰면서 ‘분인’(分人)이라는 개념을 생각했어요. ‘분인주의’를 소설에 담고자 했습니다.”

역대 최연소로 제120회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히라노 게이치로(40)는 일본 현대 문학을 이끄는 기수로 주목받았다. ‘일식’ ‘달’ ‘장송’ 등 로맨틱 3부작을 집필한 1기와 실험적인 단편을 쏟아낸 2기를 거쳐 장편 소설 ‘결괴’를 시작으로 3기에 접어들었다.

문학동네를 통해 최근 출간된 ‘던’은 그동안 주로 과거와 현재에 천착했던 전작들과는 달리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2033년 여섯 명의 우주인을 태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선 ‘던’이 유인 화성탐사에 성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책 홍보차 3년 만에 내한한 히라노는 최근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독자와의 만남에서 “현시대를 알고자 과거에 천착했지만 이번에는 미래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고자 미래를 무대로 한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과거만 바라보고 있으면 현재가 그 인과관계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게 되어 모든 것을 결과론으로 돌려버리는 냉소주의에 빠졌다. 새로운 걸음을 내디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을 알아내려면 미래의 측면에서 현재의 자신을 상대화하는 시점도 필요하다.”

소설은 일본인 외과의사 사노 아스토가 ‘던’에서 이년 반의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 영웅 대접을 받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딸이자 ‘던’의 승무원인 생물학자 릴리언 레인이 선내에서 그에게 중절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다. 정체불명의 수술 영상 유출로 시작된 소문은 대통령 선거를 좌지우지할 대형 추문으로 번진다.

저자는 소설에서 ‘분인’ 개념을 들고 나온다. ‘나’란 단 하나가 아니고 상대에 따라 몇 가지 모습으로 변한다는 게 핵심이다.

“인간의 몸은 하나뿐이니 그걸 나눌 방법은 없지만, 실제로 우리 자아는 상대에 따라 다양하게 나뉘어. 당신과 마주하는 나, 부모님과 마주하는 나, NASA에서 노노와 마주하는 나, 실장과 마주하는 나….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는 아무래도 바뀔 수밖에 없지. 이런 현상을 개인의 분인화라 하는 거야. 그리고 그 각각의 내가 분인이지. 곧 개인은 분인의 집합인 셈이고. 이런 사고방식을 분인주의라고 해.”(156쪽)

‘던’은 전작 ‘결괴’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결괴’의 주인공 사와노 다카시와 ‘던’의 사노 아스토는 여러 문제를 안고 산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비극으로 치닫던 ‘결괴’와는 달리 ‘던’(Dawn)은 희망을 말한다는 점에서 전작과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던’의 주인공 사노 아스토는 지나간 문제는 덮어놓자는 주변의 충고를 듣기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직시, 정면 돌파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같은 주인공의 행동은 사회적 ‘분인’의 회복을 의미한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던’은 전작의 어둠을 헤치고 나와 눈앞에 펼쳐진 ‘여명’으로서 내가 보고자 했던 풍경”이라고 말했다.

이영미 옮김. 600쪽. 1만5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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