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5.03.2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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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온 수제화 명문 송림제화
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송림제화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수제화 제작업체다. 1933년, 당시 19세 청년이었던 창업주 이귀석 전 사장(1996년 작고)은 “먹는 사업과 입는 사업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부친의 조언을 듣고 ‘냄새 나는’ 신발을 평생의 직업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그가 택한 첫 직장은 그 당시 서울의 6개 구두 가게 가운데 하나인 ‘상동양화점’이었다. 점원으로 일하며 어깨너머로 기술을 익힌 이 전 사장은 3년 뒤인 1936년 판잣집에서 ‘송림(松林)화점’이라는 상호의 가게를 열면서 독립했다. 송림이라는 상호는 “늘 푸른 소나무 수풀처럼 평생 신을 수 있는 구두를 만들자”는 그의 각오가 담긴 것이라고 한다. 송림화점의 구두는 ‘튼튼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었다. 1963년부터는 쇠 징을 박아 만들던 밑창을 고무로 바꾼 등산화를 선보여 ‘대박’을 터뜨렸다. 가벼운 데다 미끄럼도 방지해주는 등산화가 나왔다는 소식에 등산 애호가들은 ‘계’를 만들어 구입할 정도로 열광했다.

그런데 1970년대 후반 들어 기계로 만들어지는 유명 브랜드의 기성화가 등장하면서 송림제화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송림도 수제화를 접고 기계화로 대량 생산체제로 바꾸라’는 충고들이 있었지만, 이귀석 전 사장은 “발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누군가는 수제화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며 초지일관 수제화를 고집하였다. 그래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산악인 고상돈씨, 허영호씨 등 유명 인사들이 송림의 고객이 됐다. 30년 고객이라는 허영호씨는 “발에 신발을 맞추는 방식이어서 마치 신체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진다.”며 그가 남극점과 북극점 도보 탐험 등에 송림이 제작한 등산화를 착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외삼촌인 창업자 고 이귀석 사장 생전에 친아들 이덕해씨와 함께 2대 공동대표를 잇게 될 외조카인 임효성씨가 1953년에 입사하여 구두 기술을 익히게 된다. ‘서울 구두 할아버지’로 알려진 그는 끊임없이 ‘기술 개발’에 공을 들였다. 그는 1950년대에 6.25전쟁이 끝나고 군화를 등산화로 신던 시절, 닳아진 밑창을 갈아달라는 주문에 대한민국 등산화창 몰드 1호를 개발하여 송림브랜드의 등산화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이어 1970년대에는 사격이나 산악스키를 할 때 신는 특수화를 제작했다. 최근에는 천으로 된 수제 등산화를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는 “세상에 하나뿐인 신발을 만든다.”는 신조로 구두를 지어왔다고 한다.

1984년에는 3대 사장이 될 그의 아들 임명형씨가 입사한다. 2009년에 2대 이덕해 사장이 은퇴를 하고 임효성 사장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되었다가 ‘송림수제화’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임명형사장이 3대 사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임사장은 “고객의 발모양을 일일이 석고로 본을 뜬다. 발바닥부터 발가락 모양, 발등 높이까지 정확하게 재야 편한 맞춤구두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만든 신발은 발바닥 전체가 체중을 받쳐줘 오래 걸어도 피곤하지 않고 발목과 무릎관절을 보호해 준다. 부친인 임효성 씨가 제품 개발에 주력했다면 임 사장은 ‘편한 신발’ 만들기에 전력을 기울인다. 사장이 직접 손님들의 발치수를 재고 한 땀 한 땀 정성이 들어간 구두를 만들기 때문에 송림의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송림은 1997년 이후 신발을 맞춘 손님의 데이터를 모두 보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발 편한 신발을 만든다. 그래서 송림수제화는 철저한 장인정신으로 한 눈 팔지 않고 자부심으로 수제화만을 만드는 기업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송림은 30년 지기 7명의 기술자들과 함께 하루 10켤레 안쪽으로 만들어 낸다. 이 정도가 기술자들이 하루에 소화해 낼 수 있는 적당량이다. 신발은 등산화부터 골프화, 남녀 구두, 하이힐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의 아들 임승용씨도 4대째 가업을 이어가기 위해 송림제화로 출근하고 있다. 제화 패션학을 전공한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수제화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임명형 사장과 그의 아들은 매달 서울지역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발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구두를 만들어 주는 봉사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경상대학교 경영학과

 
이덕해대표와 임효성(오른쪽)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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