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외로운 구름사나이, 빛나는 문창이 되리라
[현장칼럼] 외로운 구름사나이, 빛나는 문창이 되리라
  • 최창민
  • 승인 2015.07.27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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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민 (창원총국 취재부장)
최창민 부장
천재적 소질을 보인 그는 868년(경문왕 8) 12세의 어린 나이로 당에 유학해 18세 때 과거 빈공과에 장원급제했다. 881년, 당 희종은 그를 고병(高騈)아래 종사관으로 임명하고 당시 장안을 농락하던 소금장수 출신 ‘황소 제거’를 명한다. 그는 고병을 대신해 황소를 향해 “현자는 때에 순응해 성공하나 어리석은 자는 이치를 거슬러 패하는…”으로 시작하는 격문을 날린다. 섬뜩한 명문장을 접한 황소는 기절초풍하며 침상에서 떨어진다. 신라인으로서 당인까지 놀라게 한 명문이자 그의 명성을 천하에 떨치게 한 당대 최고의 글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이다.

28세 때 신라로 돌아온 그는 계원필경을 집필하며 이름을 떨쳤지만 난세에 육두품이라는 신분의 한계가 덧씌워져 빛을 보지 못한 채 만년 합천 가야산에 든다. 현세와 등지고 산에 든 심정을 표현한 둔세시(遁世詩)가 합천 홍류동 계곡 농산정 맞은편에 남아 있다. ‘첩첩바위 사이를 미친 듯 달려 겹겹봉우리 울리니/지척에서 하는 말소리도 분간하기 어렵다/늘 시비하는 소리 귀에 들릴세라/짐짓 흐르는 물로 온산을 둘러버렸네.’ 후세 사람들에게 가야산 구름이거나 신선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는 ‘외로운 구름 사나이’ 고운(孤雲)이다. 귀국 후 한때 하동 지리산에 올랐고 함양에선 태수를 지냈다. 쌍계사 대웅전 앞에 고운이 남긴 걸작 국보 제47호 진감선사대공탑비가 있다. 쌍계사 입구 ‘쌍계석문’ 네 글자 역시 그의 글씨로 알려져 있다. 불일폭포 가는 길 ‘청학을 불러 놀았다’는 ‘환학대’ 를 비롯, 화개동천 세이암 삼신동 마족암도 그의 흔적이다. 함양 태수시절엔 고을의 물난리를 막기 위해 인공조림을 했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홍수에 대비해 물길을 돌리고 나무를 심어 상림을 조성했다.

최고의 걸작은 충남 보령에 있다. 지난해 만수산 산행 후 성주사지에서 본 국보 제8호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다. 진성여왕의 명을 받아 낭혜화상의 일생을 기록한 기념비다. 오석에 새긴 5120자의 글씨가 천년이 지났는데도 선명해 감탄이 나올 지경이다.

최근 최치원 유적 보유 8개 지자체가 공식 기구를 발족했다. 지난 23일 경주시청 알천 홀에서 함양군을 비롯해 합천군 창원시 해운대구 경주시 군산시 서산시 문경시 등 8개 시군이 참여해 ‘최치원 인문관광 도시연합협의회’ 출범식을 가졌다. 앞으로 곳곳에 산재한 유적을 바탕으로 문화관광콘텐츠를 개발하고 ‘고운 트레일’을 구성하는 등 고운관련 유적답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 취임 후 3번씩이나 언급할 정도로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유명한 그의 명성과 학덕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고운(孤雲), 그는 더 이상 ‘외로운 구름 나그네’가 아니다. 다른 시호 ‘문창후’(文昌侯)는 북두칠성 중 가장 밝은 별을 제외한 6개의 별을 말한다. 그는 이제 밤하늘에 은은하게 빛나는 북두칠성 ‘문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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