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 이호신 ‘화가의 시골편지’ 펴내
‘순례자’ 이호신 ‘화가의 시골편지’ 펴내
  • 곽동민
  • 승인 2015.08.2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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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 귀촌 후 그리고 쓴 그림편지
“어김없이 남사마을에도 새봄이 왔습니다. 정겨운 돌담 너머 꽃구름 같은 매화 향기가 곳곳으로 번집니다. 집집마다 기와지붕 위로 부드러운 햇살이 내려앉고 고샅길은 고즈넉합니다. 고가의 기둥과 마루도 제 나뭇결 때깔을 환히 드러냅니다. 한낮의 폭죽처럼 꽃나무들이 생기를 토합니다. 매화, 산수유, 동백, 목련, 진달래, 복사꽃… 이들 하나하나가 저에겐 마냥 살갑고 새롭기만 합니다.”

수십년 간 화첩 배낭을 메고 우리 산천의 풍경과 그 속에 담긴 우리민족의 얼을 담기 위해 ‘순례자’의 길을 걸어온 길 위의 화가 이호신 화가가 산청 남사예담촌으로 귀촌 후 써내려간 그림편지를 한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지난 30년간 자연과 생명을 화폭에 담아온 이호신 화가는 5년 전 오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지리산 자락으로 화실을 옮겨 삶터를 마련했다.

그가 귀촌 5년만에 펴낸 ‘화가의 시골편지’는 순례자에서 마을 주민으로 변신한 화가의 자연주의적 삶, 봄꽃부터 겨울나무까지 가까이에서 함께하지 않으면 누리기 어려운 생생한 사계절 이야기, 눈길을 사로잡는 담백하고 생기 있는 그림들, 그리고 자연을 닮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삶의 풍경이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손철주 미술평론가와 박남준 시인은 이 책을 아끼는 마음을 “미소를 짓고 무릎을 치며 고개를 끄덕인다. 단아한 모습과 기품 있는 필담으로 묘사된 생명의 풍경들이 고요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고 표현했다.

16번의 개인전과 15권의 화문집을 펴내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온 이호신 화가는 나이 오십 중반에 가족과 떨어져 산청 남사예담촌에 자리를 잡았다.

그가 보낸 ‘편지’에는 그림농사를 짓는 틈틈이 텃밭농사를 짓고, 자연을 통해 겸허한 마음공부까지 하는 화가의 시골살이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가 들려주는 나날의 풍경에 물들다보면 우리가 현재 무엇을 잊고 사는지, 어떻게 해야 보다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는지 나름의 해답을 찾게 된다.

‘화가의 시골편지’는 인간과 자연, 생명에 대한 인문적 성찰이 빛나는 아름다운 화문집이다.

특히 우리 산하의 소소하고 눈부신 생명들과 교감해 완성한 그림 98점이 실려 있다. 화가는 아름답고 변화무쌍한 자연을 다채롭게 표현하기 위해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탁본과 목판기법은 물론 수묵화에서는 잘 쓰지 않는 선명한 색채와 염색한지, 한글과 그림을 접목시킨 ‘한글뜻그림’ 등 창의적인 기법들도 응용한다. 이 책을 통해 길 위의 화가가 걸어온 감동적인 그림순례에 동참하는 특별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저자 이호신 화가는 한국 진경산수화의 전통을 창신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과 다채로운 색채를 응용, ‘생활산수화’라는 독자적인 장르와 화풍을 추구해왔다. 반드시 현장을 답사하고 화첩 사생을 기초로해 그림을 그려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영국 대영박물관,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주 핀란드 한국대사관, 주 탄자니아 한국대사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지은 책으로 ‘지리산진경’ ‘우리 마을 그림 순례’ ‘그리운 이웃은 마을에 산다’ ‘길에서 쓴 그림일기’ 등이 있다.


곽동민기자 dmkwak@gnnews.co.kr



 
화가의 시골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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