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도박중독 회복과 관계의 복원
[특별기고] 도박중독 회복과 관계의 복원
  • 경남일보
  • 승인 2015.09.2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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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훈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남센터장)
호머루덴스란 말처럼 인간은 유희적 놀이를 즐긴다. 인간에게 놀이란 삶의 즐거움과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하지만 놀이에서 그치지 않고 유희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잘못된 방향을 간다면 도박과 같이 위험한 놀이에 빠지게 된다.

도박이란 불확실한 사건이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결과에 내기를 거는 행위를 일컫는다. 수많은 중독 가운데서도 역사적으로 뿌리가 깊은 도박중독은 한번 빠지게 되면 다시 헤어나오기 어렵다.

‘도박중독은 손가락을 잘라도 나중에는 발가락으로 한다’ ‘관에 못질을 해야 끊을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는 도박중독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관이 없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물론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100% 다 회복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포기하는 옛말에 비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도박중독의 원인을 둘러싸고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혹은 도박자들의 낮은 자존감, 우울 불안 등의 부정적 정서, 자극추구성향 등 다양하다.

필자는 회복의 가장 중요한 요인을 ‘관계’에 두고 있다. 관계와 회복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관계의 개선은 중독자들이 중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데, 관계를 통해 정서가 안정되면 행복지수도 올라간다. 이러한 것들은 중독으로부터의 회복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유명한 동물 실험이 있다. 벤쿠버 대학의 심리학과 브루스 알렉산더교수가 실험했다. 우리에 쥐 한 마리를 넣고 물병 두 개를 넣어 주는데, 한 병은 일반 생수이고 다른 한 병에는 헤로인이나 코카인을 넣은 물병이다. 쥐들은 거의 대부분이 마약이 든 물을 선택하고 빠른 속도로 스스로를 죽여 간다. 하지만 이 실험 이후 교수는 깨닫게 된다. 마약 이외에는 다른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는 것을. 알렉산더 교수는 ‘쥐공원’이라는 우리를 만들어 주었고, 놀이를 할 수 있는 놀이기구와 많은 친구들이 있어서 짝짓기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쥐들에게는 천국 같은 장소로 만들게 된다. 앞서 실험했던 것과 같이 일반 생수와 마약이 들어있는 물병을 두 개 동일하게 놓아두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대부분의 쥐들은 마약이 들어있는 물통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다만 목이 마른 쥐들이 생수가 들어있는 물병을 이용했을 뿐이다.

각박해져 가는 현대 사회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도 교류없이 고립되어졌던 쥐의 모습과 별반 다를게 없다. 온라인상의 관계는 빈번하고, 확대되어가고 있지만 진정성 있는 관계는 점차 없어지고 있는 현실 속에 고립을 자처하고 있지는 않은지. 인간은 행복하게 교류하는 삶을 살 때 중독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다. 도박중독자들의 관계 회복은 가정, 즉 가족들과의 관계 회복이 우선이다. 도박중독 문제에 있어 기본적인 중독으로부터의 회복 방법과 함께 가족관계적 측면에 이르기까지 회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남센터가 창원에 지난 8월 20일 개소를 했다. 경남센터는 10여년이 넘는 도박중독의 치유 및 회복 경험을 살려 도민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도박중독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이다.


유승훈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남센터장)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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